순천에서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 진행중이다. 촛불집회처럼 직접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냈던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 스스로 토론하고 투표해 정책을 결정하는가 하면, 자유롭게 대화하며 결론을 도출해내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9개 공감정책…시민들 머리 맞대=순천에는 지난달부터 다양한 주제의 시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기존 발표형 토론회와는 사뭇 다르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숙의(熟議)를 통한 의사결정과정이 중시되는 토론회다. 9개 주제별로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참여하고싶은 토론회를 찾아다니느라 시민들도 바빠졌다.

시민들은 토론회를 통해 주제별로 직접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고르고 합의로 선택, 내년도 정책에 반영하는데 참여하게 된다. 토론회에서는 “이런 형태의 토론회는 처음이지만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순천시는 앞서 부서별 토론회를 거쳐 시민들이 토론할 9개 주제를 제안했다. 이른바 ‘9개 공감정책’은 ▲미세먼지 저감대책 ▲순천형 좋은 일자리 ▲순천형 출산장려정책 ▲사람중심 교통문화 ▲문화의 거리 활성화, 문화도시 ▲정원산업 활성화 ▲지역농산물 품목 다양화 생산방안 ▲시민 안심 맑은물 공급방안 ▲시민행복기준선 선정 등이다.

◇시민들, 숙의민주주의로 소통=9개 주제별 토론회는 지난달부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지난 3일 열렸던 미세먼지 저감대책 토론회는 원탁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는 형태로 실시됐다. 미세먼지의 원인, 국내외 피해 상황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끝나면 테이블별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대책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다 스티커 투표로 지역 실정에 맞는 우선 정책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1차 토론을 거쳐 55개의 제안이 나왔고 중복 의견 등을 제외한 12개로 압축한 뒤 투표를 실시했다.

참가한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17% ▲노후 가정용 보일러 청소비 지원 15% ▲시민의식 교육 13% ▲전기자동차 지원 확대 11% ▲물류유통차량 공회전 금지 11% ▲폐비닐 소각 단속 강화 10% 등으로 정책을 제안했다.

‘순천형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도 잇따랐다. 시민들은 지난 4일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은퇴자들을 위한 제 2의 직업 선택, 일과 가정에서 양립 가능한 여성 일자리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의 거리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세 차례나 열렸다. 주제가 광범위하고 문화 도시 건설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면서다.

순천시는 부서별로 수렴한 시민들의 정책을 오는 9월 7일 열리는 ‘2018 신규시책 발굴보고회’에 제출하고 합리성·실현가능성·예산 등을 검토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순천은 정책 발굴에 시민들을 직접 참여토록 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제안한 정책을 뜻대로 추진한다’는 취지로, 시민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도 긍정적이다.

순천시는 시청사 건립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순천시 청사’라는 주제로 건립방향, 공간(시설), 건축형태, 기존청사 활용방안 등을 시민들에게 묻고 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