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국정 전반에 걸쳐 실로 의욕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 개혁 의지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 문제인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듯 보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교육 문제는 워낙 복잡하여 전체를 한꺼번에 다 다룰 수는 없다. 여기서는 희망철학연구소가 2016년 11일 12일에 개최한 학술포럼 ‘2016 교육 독립선언-한국 교육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공포한 ‘교육 독립선언’을 화두(話頭)로 삼아 주로 한국 대학 교육의 문제점들을 짚어 보려고 한다. ‘교육 독립선언’(이하 ‘선언’이라 표기한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발표된 것이긴 하지만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권력에 따라 흔들리고



‘선언’은 한국 사회가 총체적 난국(難局)에 처했는데 여기에는 교육의 혼란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해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이 이처럼 혼란스럽고 황폐해진 근본 원인을 정권과 자본에 종속된 교육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았다. ‘선언’은 정권에 종속된 교육의 실상을 이렇게 말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교육은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권의 향방에 따라 교육 정책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정권의 시각에 따라 교육 내용을 달리하는 오늘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 ‘국가 백년대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단기적, 계량적, 획일적 성과를 독촉하고 나아가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현 상황에서는 참다운 대학 교육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선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권에 따라 BK, HK, ACE, 프라임 사업 등으로 대학을 흔들고, 학생들을 경쟁과 이기주의로 내모는’ 근시안적 정책으로는 백년대계를 세울 수 없다.

그래서 ‘선언’은 ‘교육부를 행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로 재편성하고 교육 수장을 시민의 자유선거를 통해 선출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한 제안이라 생각한다.



자본에 휘둘리는 대학



자본에 종속된 교육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흔드는 것이다. 대학은 정부의 ‘하사금’(下賜金)을 따내기 위해서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뒷전이고 오직 교육부의 입맛에 맞추는 일에만 전력을 경주한다. 그래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맞춤형 교육’이다. 맞춤형 교육이란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의 요구에 맞추는 교육이다. ‘산학 협력’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이 맞춤형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이는 먼 앞날을 내다본 교육이 아닌 인스턴트식 즉석 교육이어서 백년대계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 기업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주문생산하는 것과 같다. ‘선언’에서 “우리 시대의 교육은 통조림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내듯 학생들을 찍어 내고 있고, 교수들 역시 패키지 교육의 가이드로 전락해 있다”고 한 이 말도 문재인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이라고 자본과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 자본에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은 산업이고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경제 전문가인 김진표 씨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정기획자문위원장에 임명된 김진표 씨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2005년의 잘못된 교육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