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차례씩 각 국의 어른들을 불러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할까’를 고민하고 토론한다. 아이들 생각대로 놀이터를 만들고 도서관을 세웠다. 살기좋은 지역 생태·환경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어린이 환경 전문가를 키워내는가 하면, 맞벌이 부모 대신, 감기 걸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는 간병인을 두는 사업도 전국 최초로 시작한다. ‘아이 키울 맛 나는’ 도시를 꿈꾸는 순천이 추진중인 정책들이다.

◇고민하고=순천시가 오는 22일 기적의 도서관에서 여는 ‘어린이 문화포럼’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다. 2015년 시작한 포럼은 벌써 3년을 넘겼다. 아이들을 위해 고민할 게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올해는 일본에서도 불렀다.

올해 주제는 ‘어린이·도서관·그림책.’ 일본 도쿄어린이도서관과 치히로 미술관, 그림책 작가 등이 한국 작가,도서관 관계자, 시민들과 ‘21세기 어린이들’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면서 도서관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고민을 비롯, 아이들이 편하게 들를 도서관 만들기 등 어려운 과제들도 포럼에서 논의할 고민거리다.

순천시 관계자는 “어린이 독서문화에 대한 생각을 여러 어른들이 나눠 수준 높은 어린이 서비스 토대가 만들어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조언해주거나, 어린이책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참사랑 부모학교’도 순천시 기적의도서관에서 다음달 17일부터 열린다.

한편, 순천에서는 ‘청년 꿈 찾기 필독도서 지원 사업’을 통해 19∼28세 청년들이 책값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알려주고=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한 곳이다.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고 국내 최대 흑두루미의 월동지이기도 하다. 국제 희귀조류 36종을 포함한 240여 종의 철새들이 계절별로 다양하게 도래하는가 하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寶庫)’로 소중히 물려줘야할 자산이기도 하다.

그만큼 아이들 스스로 지역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고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순천만 생태학교가 ‘순천만 꼬마해설사’를 키워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모를 거쳐 뽑힌 초등학생들 26명은 자연환경해설사,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순천만 곳곳을 돌며 생태환경의 중요성과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체험하면서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 지를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만들어가는=‘엉뚱발뚱’, ‘작전을 시작하∼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놀이터 이름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내건 순천시가 ‘기적의 놀이터’라는 명칭으로 추진중인 역점 사업이다.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 놀이터는 지난해 5월 순천시 연향 2지구 호반 3공원에 들어섰다. 틀에 박힌 놀이 기구 대신, 가공하지 않은 자연 소재인 돌(바위), 흙, 통나무 등을 주 재료로 활용하고 시냇물, 잔디, 언덕, 동굴, 나무 그루터기 등도 자연의 상태처럼 자연스럽게 구성한 게 특징이다.

‘작전을 시작하∼지’는 지난 5월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 조성된 ‘2호’ 놀이터다. 초등학생이 직접 이름도 붙였고 스페이스 네트, 워터 슬라이드, 잔디 미끄럼틀, 바구니 그네 등 어린이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를 수 있는 놀이시설로 꾸며졌다.

제 3호 기적의 놀이터’는 올해 말 순천시 서면 강청수변공원에, ‘제 4호’는 삼산동 업동호수공원에 들어선다. 어린이들이 실제 현장을 꼼꼼하게 점검하는가 하면, 놀이터의 주인인 어린이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다는 건 모든 놀이터에 적용되는 공통점이다.

◇아픈 아이 보살피고 꿈 통장 만들어주고=아이들을 배려하는 정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순천시가 내년 추진하는 ‘어린이 건강지킴이 사업단’은 자녀가 질병·사고 등으로 입원할 경우 간병인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자녀들의 갑작스런 사고에도 대처하기 쉽지 않은 맞벌이 부부,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순천시는 관련 사업비로 1억2000만원을 확보해 만 3개월 이상∼만 12세 이하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순천에서 첫 자녀를 출산한 부모들에게 매월 5만원씩 5년 동안 적금을 지원하는 ‘순천아이 꿈 통장’도 눈길을 끄는 사업이다. 순천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3자녀 이상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방침을 첫 아이도 가능하게 바꿨다. 부모에게 출산용품을 주는 것은 기본 서비스다.

순천시 관계자는 “아이들의 꿈이 잘 저축될 수 있는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순천시는 이같은 아동 친화 정책을 바탕으로 오는 12월 세계가 인정하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1989년 유엔에서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 권리가 보장되는 지역사회, 아동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되는 행정체계를 구축한 지역사회를 말한다.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아동·청소년 의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한편, 아동 청소년 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4개년 계획도 수립중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비롯, 아이들이 살고 싶은 순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