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올 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사업이 1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억원 이상 사업 중 30% 이하로 진행된 사업도 45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양시가 지역 발전 및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내세워 우선적으로 예산을 편성, 확보해놓고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재정을 감안하면 적기에 예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발전과 성장이 지체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비판도 나온다.

◇집행실적 ‘0%’=광양시가 올해 편성해놓은 예산 가운데 5억원 이상 시설사업은 모두 141개로, 관련 예산 규모만 3554억79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12개 시설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역 발전에 필요하다며 어렵게 예산을 편성하더니 정작 집행도 못하고 지자체 계좌에서 묵히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열린 ‘2017 주요시설사업 추진상황 보고회’에서 보고된 집행률이 ‘0%’인 12개 사업 예산만 145억원에 이른다.

광양시 봉강면 광양축구전용구장 정비사업의 경우 6억4300만원을 편성하고도 국비보조금에 따른 시비 부담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인조잔디 조달 구매 기간 등이 맞물리면서 여태껏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광양시 광양읍 공설운동장 우레탄트랙 교체공사는 국·시비로 각각 10억씩 확보해놓은 20억원을 내년으로 넘기기로 했다. 국비가 늦게 내려오고 동절기 공사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광양시 설명이다.

태인동 일대 태인체육공원조성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 2월까지 사유지(17필지)에 대한 보상(43억8600만원)을 완료하고도 국비와 함께 매칭해 확보하는 시비(1억4300만원)를 확보하지 못해 여태껏 첫 삽을 못 뜬 상태다.

하지만 추진이 가능한 다른 사업에 효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많다.

◇30% 이하 사업도 33개나 돼=이날 보고회에서 논의된 141개 사업 중 집행률이 ‘100%’인 사업은 3개에 불과했다. 30% 이하가 33개에 달했고 50% 이하도 25개나 됐다. 결국 70개 사업의 집행률이 50%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고로쇠 수액 통합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사업은 이전 부지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서 6억400만원의 사업비의 0.6%만 쓰여졌다.

광양읍 서천변 일대 조성하는 광양불고기 파크는 올해 예산으로 시비 10억100만원 등 15억100만원을 편성했지만 도시관리계획 승인이 지연되면서 집행률은 1.8%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광양시 광영동 광영상설시장 주차장 조성사업의 경우 사업비 30억원을 편성했지만 증축 부지 보상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확보한 국비(5억7300만원)를 반납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광영상설시장 증축공사는 총 사업비 55억원 중 올 해 18억5000만원을 배정했으나 현재까지 집행 실적은 0.8%에 머물고 있다. 증축부지 보상협의가 길어지는데 따른 것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관련 부지를 수용해 추진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순신대교 해변관광 테마거리 조성사업은 2016∼2019년까지 180억을 들여 길호대교∼금호대교 일대 9.4㎞ 구간에 경관보도교·야간경관조명·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광양시는 올 해 33억4600만원을 편성, 배정했지만 10.5%만 집행한 상태다. 2단계 지방재정투자심사가 다음달 말 끝나야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내 배정 예산을 쓰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주민 반대·보상·부지 선정 등 사업 지연 요인들을 미리 관리하고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추진, 재정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부서의 집행 능력을 엄격하게 점검하는 등 조치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양시는 이번 보고회를 계기로 집행이 더딘 시설사업들에 대한 부진 사유와 문제점, 대책 등을 논의한 뒤 집행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광양=김대수기자 kd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