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들여다보기] 우국지사 황현과 매천야록 - 김형주
2017년 09월 26일(화) 00:00 가가
매천 황현(黃玹,1855-1910)은 광양의 서석촌에서 황시묵(黃時默)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시를 짓고 암송하는 등 너무 총명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많은 일화를 남겼다. 청년시절에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라가는 길에 문필의 명성이 높던 이건창·김택영 등을 만나 깊이 교유하였다. 그는 1883년 특별과거시험인 보거과(保擧科)에 응시해 초시의 초장에서 장원으로 뽑혔으나, 시험관이 비루한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등위를 깎아내려 차석으로 입격시켰다. 이에 심각하게 만연한 조정의 부패를 절감하고 회시와 전시(殿試)에 응시하지 않은 채 관직에 뜻을 버리고 귀향하였다.
1888년에 아버지의 간청으로 생원회시(生員會試)에 응시해 장원으로 합격하였으나, 당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겪은 뒤 청나라의 간섭정책 아래에서 수구파 정권의 극심한 부정부패를 목격한 뒤 다시 관직을 내려놓고 귀향하였다. 구례 만수동에 ‘구안실’이라는 작은 서재를 마련해 외부세계와 절연하고 3000여 권의 서책을 쌓아놓고 독서와 함께 시문(詩文)활동, 역사 연구, 경세학의 연구에 매진하였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되자 울분을 금하지 못하고, 당시 중국에 있는 김택영과 함께 국권회복운동을 위해 망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나라가 합병되자 통분하여 처절한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는 다량의 아편을 마시고 자결하였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며 저서로는 ‘매천집’, ‘매천시집’, ‘매천야록’, ‘오하기문’, ‘동비기략(東匪紀略)’ 등이 있다.
대표 저술인 ‘매천집’과 ‘매천야록’을 살펴보면, ‘매천집’은 1911년 절친의 문장가인 김택영이 중국 상해에서 원집 7권을 펴냈으며, 이후 후손들이 1913년 누락자료를 2권의 속집으로 발간하였다. ‘매천야록’은 선생이 1864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연도에 따른 편년체로 서술한 것으로 한말에 난정(亂政)을 주도하였던 위정자들의 사적인 비위, 외세의 국권침탈을 위한 악랄한 책동 특히 일제의 잔혹한 침략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우리 민족의 유장하고 끈질긴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매천집에 수록되어 있는 몇 곳의 주요 대목을 짚어보고자 한다.
‘매천집’ 권5의 ‘절명시’ 3편은 혼돈과 환란의 시기를 맞는 지식인의 깊은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새와 짐승이 슬프게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 무궁화 세상 이제 망해버렸구나 /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니 / 글을 아는 인간으로 사람구실이 어렵구나(鳥獸哀鳴海嶽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매천집’ 권4의 ‘상원잡영(上元雜詠)’은 1906년 풍전등화의 나라 운명을 목도하며, 정월대보름날의 여러 가지 풍속을 읊은 작품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시인의 예지가 드러나 있다. 매서(賣暑: 더위팔기), ‘솔예’(罷曳: 줄다리기), ‘치롱’(治聾: 귀밝이술), 식풍간(植風竿: 장대 세우기) 등에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과 같이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래의 풍속을 되새김으로써,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출하고 있다. 애국시인의 시대인식과 우국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언행일치의 우국지사이며 실천적 지성인이었던 선생의 사진과 초상화는 보물1494호로 지정되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되자 울분을 금하지 못하고, 당시 중국에 있는 김택영과 함께 국권회복운동을 위해 망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나라가 합병되자 통분하여 처절한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는 다량의 아편을 마시고 자결하였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며 저서로는 ‘매천집’, ‘매천시집’, ‘매천야록’, ‘오하기문’, ‘동비기략(東匪紀略)’ 등이 있다.
‘매천집’ 권5의 ‘절명시’ 3편은 혼돈과 환란의 시기를 맞는 지식인의 깊은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새와 짐승이 슬프게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 무궁화 세상 이제 망해버렸구나 /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니 / 글을 아는 인간으로 사람구실이 어렵구나(鳥獸哀鳴海嶽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매천집’ 권4의 ‘상원잡영(上元雜詠)’은 1906년 풍전등화의 나라 운명을 목도하며, 정월대보름날의 여러 가지 풍속을 읊은 작품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시인의 예지가 드러나 있다. 매서(賣暑: 더위팔기), ‘솔예’(罷曳: 줄다리기), ‘치롱’(治聾: 귀밝이술), 식풍간(植風竿: 장대 세우기) 등에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과 같이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래의 풍속을 되새김으로써,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출하고 있다. 애국시인의 시대인식과 우국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언행일치의 우국지사이며 실천적 지성인이었던 선생의 사진과 초상화는 보물1494호로 지정되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