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201) 야구
2017년 11월 02일(목) 00:00
야구선수 이미지도 매혹적인 예술이 된다

앤디 워홀 작 ‘피트 로즈’(1985년 작).

지난 주 코리안 시리즈 1차전을 보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다녀왔다. 평소엔, 4시간을 훌쩍 넘기도 하는 그 긴긴 스포츠경기를 보러가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야구장 한번 다녀온 후 야구 하이라이트를 챙겨보면서 두 배의 즐거움을 누렸다. 코리안 시리즈가 끝나면서 새로 탄생한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도 이제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팝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1928~1987)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대중에게 유명해진 스타의 이미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작가였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미지를 모티브로 초상화 작품을 제작했던 앤디 워홀에게 전설적인 야구 선수 피트 로즈(1941~ )는 각별했던 것 같다. 앤디 워홀의 ‘피트 로즈’(1985년 작)는 미국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즈에서 활약한 야구선수 피트 로즈의 이미지를 아크릴 페인트를 사용하여 실크 스크린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신시내티미술관의 의뢰로 작업한 이 작품은 야구카드를 모방하여 오른 손 타격자세를 한 피트 로즈의 모습을 네 가지 이미지로 반복했지만 4개의 배경색으로 제작한 까닭에 같지만 조금씩 다른 차이를 보여주면서 앤디 워홀만의 고유한 예술성을 각인시켜 준다. 선수생활 은퇴 후 신시내티 레즈에서 감독으로 재임하기도 했던 피트 로즈는 자신의 팀에 내기를 건 도박 사실이 알려져 메이저 리그에서 영구 제명되기도 했는데, 이는 워홀 사후의 일이어서 작품 속에서나마 영웅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구두광고 디자이너 등 상업미술을 먼저 시작했던 워홀은 상업미술을 할 때는 순수회화의 고상한 감각을 이용해 능력을 인정받고, 화가가 되어서는 상업미술의 기교를 차용해 현대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었던 영리한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듯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불렀는데, “사업을 잘 하는 것도 매혹적인 최고의 예술이다”면서 부와 성공에 대한 집념을 도발적으로 고백한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광주폴리부장·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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