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문한 순천만 습지는 정적만 감돌았다.

예년 같으면 철새를 구경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탐방객들로 북적였을 순천만에는 ‘출입금지’라는 플래카드만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지난달 21일 채취한 순천만 철새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나오면서 순천만 습지는 폐쇄와 함께 탐방객 입장도 전면 금지됐다.

순천만습지가 갑자기 폐쇄되면서 인근 주민은 물론 100여곳에 이르는 주변 식당과 카페, 펜션 등 상인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순천만 AI로 인해 당분간 휴업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가게 입구에 부착하는 등 영업을 포기한 업소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순천만습지 인근 상인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순천만상가번영회 조종현(52) 회장은 “AI와 관련해 지난 2014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까지 순천만습지를 폐쇄하면서 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순천시에서는 갑작스런 폐쇄에 대한 피해대책은커녕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다. 무작정 기다리다가 모두 망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순천시가 매년 겨울이면 전국 대표 관광명소인 순천만습지를 AI예방 차원에서 폐쇄하면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3차례에 걸친 폐쇄로 주변 상인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순천시는 정부지침 등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대책을 외면하는 등 무성의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4일 순천시와 순천만습지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순천시는 AI와 관련해 그동안 총 3차례 순천만습지를 폐쇄했다.

1차는 2014년 1월22일부터 3월15일까지 총 53일간이며, 2차는 2016년 12월19일부터 2017년 2월3일까지 총 47일간이다. 올해는 지난달 21일부터 폐쇄한 상태다.

3차례 폐쇄조치가 내려진 순천만습지에서 고병원 AI가 확진된 경우는 올해가 유일하다. 나머지 2차례는 예방조치로 폐쇄됐다. 올해도 철새의 분변에서만 AI 확진판정이 났을 뿐 철새가 죽거나, 인근 농장에서 조류가 폐사한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

앞서 두 차례의 폐쇄조치까지만해도 참고 견뎠던 인근 주민과 상인들도 순천시의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순천만습지 앞 대대마을의 한 주민은 “철새 분변에서 뭐가 나왔다고 하던데, (순천시에서)최소한 주민들에게 주의사항 등 상황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겨울이면 폐쇄를 반복하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 지역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순천만습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순천시가 나서서 전남도와 정부에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월세에다 종업원 급여, 미리 확보해 놓은 음식물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순천시에서는 단 한차례도 현장방문은커녕 폐쇄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순천만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전병렬(53)씨는 “벌써 폐쇄만 3번째다. 대책을 마련할 때도 됐는데. 순천시는 매번 ‘폐쇄할테니, 피해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순천시 관계자는 “피해지원에 대한 정부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다른 지자체의 지원 사례도 없다”면서 “앞으로 지원계획 등을 검토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만습지는 현재 역대 가장 많은 2100여마리의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와 2만5000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