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어로 본 출산정책 변천사
2018년 01월 02일(화) 00:00
“아들 딸 구별 말고 둘 만 낳아 잘 기르자.”

2018년을 시작하는 지금이라도 어울릴 법한 이 표어는 우리나라의 ‘산아(産兒) 제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던 1970년대 유행했던 ‘구호’다. 태어나는 아이가 너무 많아 고출산사회가 되다보니 나라에서 인구 정책을 강력하게 간섭하던 때다.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1960년대 초반 출산을 억제하고자 한 가족계획정책부터 시작됐다.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 하던 40년대 이후 인구가 늘자 이를 경제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보고 제한하기 시작했다. 60년대 후반 셋을 낳으라던 출산정책은 70년대 들어 둘로 줄었고 급기야 80년대에는 ‘하나면 충분하다’는 표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키우자’(1961),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라는 ‘웃픈’ 표어가 나돌았고 70년대 이전까지는 ‘3·3·35 운동’(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을 벌였다.

70년대 들어 ‘남녀는 평등하며, 여성은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 ‘임신 안 하는 해’(1974),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1975)가 정해졌으며, 80년대 들어서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둘 낳기는 이제 옛말 일등국민 하나 낳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구호가 나돌면서 출산을 적극적으로 제한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 전면적으로 수정됐다. 출산률 감소와 고령화의 심각성이 제기되면서 ‘낳지 말자’에서 ‘제발 좀 낳아라’로 바뀐 것이다.

‘아이가 희망입니다’(2006∼2008),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2008∼2010), ‘허전한 한자녀, 흐뭇한 두자녀, 든든한 세자녀’(2013)…. 언제 어떻게 출산정책이 바뀔 지 알순 없지만 당분간은 ‘출산 환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비혼 시대. 출산율 감소는 이제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국민 숙제’가 아닐런지.

/이보람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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