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면 친구들이랑 학교 앞에서 당구 한 게임 친 뒤 파전에 막걸리 한 통 마시고 노래방 가는 게 일상이던 시절, 순천대 앞 상가 골목은 크게 번창했었다. 불황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듯 했던 상가 골목은 점차 도심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북적대지 않는다.

순천시가 행정자치부의 ‘주민주도형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에 공모, ‘대학로 활성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학교 인근에 청년 문화거리를 만들어 학생들을 불러모으면 쇠퇴했던 대학가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술 마시고 노래하는’ 분위기의 예전 대학가가 아니라 청년 창업공간에 예술 장터·청년 마켓·버스킹·DIY 체험장 등 공연·전시·놀이 문화가 어우러지도록 꾸며 지역 상권도 활성화되는 젊은 청춘문화거리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순천시는 이같은 구상에 따라 지난해 10억원을 투입, 순천대 맞은편 골목 일대에 7개 공간을 조성하고 최근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했다.

7개 공간은 ▲대학로 인포메이션 센터 ▲마켓 실험실 ▲모두의 작업장 ▲낭만 영화관 ▲명랑 잔치소 ▲뒹굴뒹굴 놀이터 ▲쉬엄쉬엄 휴게소 등으로 거점 공간 역할을 하는 액션 스테이션은 오는 5월 조성될 예정이다.

대학로 인포메이션 센터는 주변 상가들에 대한 할인 이벤트, 쿠폰, 신규 입점 가게 등 주변 정보를 알려주고 지역 상인들과의 소통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마켓 실험실에서는 인근 상점과 중복되지 않는 테이크 아웃용 푸드를 개발·판매하는 간이 마켓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등이 운영되며 모두의 작업장은 DIY 체험과 교육, 창업 실험 공간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거리공연과 뉴미디어아트 전시 등은 낭만 영화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명랑 잔치소는 버스킹 공연과 상가 이벤트 공연 등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뒹굴뒹굴 놀이터와 쉬엄쉬엄 휴게소는 청년들의 놀이·문화 공연장으로 계획됐다.

순천시는 대학생, 지역 상인들과의 협의체 등을 통해 운영 주체, 각 공간의 세부 활용 계획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순천시는 청년, 대학생들로 구성된 청년문화기획단 ‘청춘오지라퍼단’ 등을 통해 보이는 가게, 대학로 플레이 페스티벌, 청춘마케터단, 내손으로 워크숍 등 지속가능한 대학로 상권·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시도해왔다.

순천시 관계자는 “신도시 상권에 밀려 침체했던 순천대 앞 상권이 다시 번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상인과 학생, 지역민이 주도해 청년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문화를 만들어 지역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