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는 집은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다라고 쓰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은 전쟁터와 같은 바깥 일을 마치고 귀가할 자기 집을 갖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필자는 최근 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씨(여·50) 씨의 사연을 접하고 일반인들이 행복하게 자기 집을 건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박씨는 시공업자 K씨로부터 “3개월 내 완공하겠다”는 말을 믿고 2016년 4월 시공업자 K씨와 건축주 직영 공사 형태로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공 업자 K씨는 골조 공사만 마무리한 후 “나머지 공사 대금을 미리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해버렸다.

박씨는 K씨가 공사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3000만 원을 더 달라 해서 공사비를 주었지만 K씨는 이후 행적을 감춰 버렸다.

박씨의 남편은 K씨로부터 하도급을 받았던 하도급 업체 사장들로부터 잠적해버린 K씨 대신 건축주인 박씨가 책임지라는 협박성 전화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신장에 문제가 생겨 2017년 1월 갑자기 사망하고 말았다.

필자는 상담 과정 내내 울기만 하던 박씨를 다독이고, 우선 건축을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K씨를 만나 공사 계약을 해지한 후 후발 업체를 추천해주는 것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건설 공사에는 클레임(claim)이 내장(built-in)돼 있다’라고 보면 된다. 일반인이 시공 업자와 구두로 계약한 상태에서 시공자가 약속한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거나 건축주로부터 기성고를 초과하는 공사비를 받고도 부분 공사를 맡는 하도급 업자들에게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거래관행이 계속되는 한 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씨처럼 건축에 대해 별 지식이 없는 건축주가 최저가를 부르는 무면허 업자와 허술한 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분쟁은 예고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건축을 하려는 일반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의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우선은 공사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

도급 계약서, 견적서, 설계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필자는 공사를 수주할 때는 최저가 공사 금액을 제시한 후 나중에 거액의 추가 공사 금액을 청구하는 행태를 보이는 시공 업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 시공 업자들의 못된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급 계약이나 견적서, 설계도는 잘 따져 봐야 한다.

다음으로 시공 업자의 자격, 시공 실적 등 증빙 서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시공 업자의 인적 사항만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계약 체결시 시공 업자 신분증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두는 것이 나중에는 요긴하게 쓰인다.

만일을 대비해 시공 업자의 요구 사항, 건축 과정에서 변동 사항 등을 기재하는 건축일지도 써두는 것도 지혜다.

시공 업자가 제시하는 모든 서류는 받은 날짜를 기재하고 시공 업자의 서명을 받아 보관해둬야 한다.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추가 공사금 청구 소송을 당한 건축주 입장에서 시공 업자가 제시했던 견적서 한 장이 유력한 증거로 평가돼 건축 소송의 결과가 뒤집힌 경우도 목격했다.

그 밖에도 공사 대금을 선 지급하는 경우 가능한 한 시공 업자로부터 계약이행 보증보험 증권을 받아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공업자가 선급금을 받은 뒤 ‘나 몰라’하는 식으로 표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부득이 공사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경우 기술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협의해 적어도 하도급 업체 등의 추가 분쟁을 막을 것도 조언하고 싶다.

모든 법률 행위가 그렇지만 특히 전 재산이 들어가는 건축 같은 문제는 시작 전 반드시 전문가와 협의하고 모든 과정을 서류나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더 이상 위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급 계약 및 건축 문화가 선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