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2018년 02월 26일(월) 00:00 가가
[정희철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판사]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법정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언론을 통해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가고 있다는 말은 접해보았습니다만 실제 얼마나 많은 부부가 이혼에 이르고 있는지는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 이곳 해남에 부임해 가사 재판을 담당하면서 조금이나마 이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6년 혼인한 부부는 28만1635쌍, 이혼한 부부는 10만7328쌍, 2017년(11월 말 기준) 혼인한 부부는 23만7000쌍, 이혼한 부부는 9만7300쌍으로 각 집계되었습니다.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혼인하는 부부의 3분의 1을 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형식상 혼인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혼 상태로 지내고 있을 부부들(실제 이러한 부부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까지 더 해보면 그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 더 이상 이혼 경력이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을 격려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눈앞에서 이혼하는 부부를 보고 있자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가정 폭력 등으로 이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부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부부들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그 이유가 대화의 단절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부 사이 대화가 단절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쁜 일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날 40대 이하의 부부들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보니 실제 가정에서 마주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낮 동안 일터에서 받은 온갖 정식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집에 들어오면 그저 드러눕고만 싶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부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대화의 단절은 감정의 공유를 차단합니다. 서로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면 그 사이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니까 서로 말 안 해도 눈빛만 보면 안다? 단언컨대 이는 틀린 말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로 인해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그렇게 어색해진 부부 사이. 서로에 대한 불만이 생겨도 함구합니다. 어쩌다 작은 불만이라도 하나 이야기하면 큰 다툼으로 번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다툼은 다시 대화의 단절을 불러옵니다. 이렇게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부부는 상대방의 행동을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오해입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러 법정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각자의 시선에서 해석한 사실 관계들을 저에게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제3자인 저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혼을 결심한 분들도 과거 어느 시점에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특별히 서로를 미워하게 된 계기가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잃게 되었을 뿐일 것입니다. 즉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서로 바쁘게 산 이유는 뭘까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서로 힘들더라도 참고 바쁘게 산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 결과가 가족의 행복이 아닌 가족의 파탄이라면?
그리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대화만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는 충분할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하루의 일과를 공유하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면 연애할 때 다들 했던 것들이니까요. ‘밥 먹었어? 뭐 먹었어?’, ‘뭐해?’ 등등.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저와 제 아내가 연애를 시작한 지 꼭 5년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 하루 종일 두 아이 뒤치다꺼리하느라 지쳤을 아내에게 고생했노라고 한마디 해주려합니다.
여러분께도 권해봅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남편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나의 하루는 이랬답니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법정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언론을 통해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가고 있다는 말은 접해보았습니다만 실제 얼마나 많은 부부가 이혼에 이르고 있는지는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 이곳 해남에 부임해 가사 재판을 담당하면서 조금이나마 이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6년 혼인한 부부는 28만1635쌍, 이혼한 부부는 10만7328쌍, 2017년(11월 말 기준) 혼인한 부부는 23만7000쌍, 이혼한 부부는 9만7300쌍으로 각 집계되었습니다. 해마다 이혼하는 부부가 혼인하는 부부의 3분의 1을 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형식상 혼인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혼 상태로 지내고 있을 부부들(실제 이러한 부부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까지 더 해보면 그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부부니까 서로 말 안 해도 눈빛만 보면 안다? 단언컨대 이는 틀린 말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로 인해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그렇게 어색해진 부부 사이. 서로에 대한 불만이 생겨도 함구합니다. 어쩌다 작은 불만이라도 하나 이야기하면 큰 다툼으로 번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다툼은 다시 대화의 단절을 불러옵니다. 이렇게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부부는 상대방의 행동을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오해입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러 법정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각자의 시선에서 해석한 사실 관계들을 저에게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제3자인 저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혼을 결심한 분들도 과거 어느 시점에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특별히 서로를 미워하게 된 계기가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서로 바쁘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잃게 되었을 뿐일 것입니다. 즉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서로 바쁘게 산 이유는 뭘까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서로 힘들더라도 참고 바쁘게 산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오히려 그 결과가 가족의 행복이 아닌 가족의 파탄이라면?
그리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대화만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는 충분할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하루의 일과를 공유하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면 연애할 때 다들 했던 것들이니까요. ‘밥 먹었어? 뭐 먹었어?’, ‘뭐해?’ 등등.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저와 제 아내가 연애를 시작한 지 꼭 5년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 하루 종일 두 아이 뒤치다꺼리하느라 지쳤을 아내에게 고생했노라고 한마디 해주려합니다.
여러분께도 권해봅니다. 오늘은 아내에게, 남편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나의 하루는 이랬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