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협력!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 두 단어를 모두 품는 이름을 가진 법률이 있다. 노무현 정부 후반에 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상생 협력법’이 그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상생 협력법’이란 낯선 이름보다는 대형마트 영업일 제한으로 대표되는 이 법 규정에 의한 사업 조정 제도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업 조정 제도는 대기업 등의 사업 진출로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대기업 등에게 일정 기간 사업 인수, 개시, 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이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였던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유통 대기업이 슈퍼마켓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함에 따라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가중되었고, 중소상인들은 이러한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사업 조정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물론 대기업 등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등이 상생 협력법상 사업 조정 제도에 따른 규제를 회피하여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 보호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오히려 대기업 등이 상생 협력법의 미비점을 그들의 무분별한 골목 상권 진입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업 조정 제도가 그 취지를 관철하지 못하는 현실을 체감한 당사자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였고 여론의 압박이 이어졌으며, 상생 협력법은 사업 조정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한편 상생 협력법은 사업 조정 제도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보호하는 규정도 두고 있으며, 지난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대금을 받은 1차 협력사가 받은 납품 대금 중 상생 결제가 차지하는 비율 이상으로 2·3차 협력사에 현금 결제 또는 상생 결제로 납품 대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상생 결제는 결제 일자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일 이전에도 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 매출 채권을 대기업과 공공기관 수준의 낮은 금리로 현금화할 수 있게 한 제도인 바, 그동안 대기업과 1차 협력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상생 결제가 2·3차 협력사까지 확산되어 중소기업의 현금 회수 보장, 부도 예방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취지에 맞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권리 의식이 필요하다. 법은 권리 위에서 잠을 자는 자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 상생 협력법은 제정 당시부터 제25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에 걸쳐 납품 대금을 깍거나 지급 기일까지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납품대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조사와 행정 제재 및 형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 그 행정 제재 및 형벌이 강화되었다.

‘갑질 근절’ 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중소기업도 위 납품 대금에 대한 갑질에서 구제받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위 규정을 활발하게 활용하여 피해가 구제·예방되는 경우가 많아져 상생과 협력의 입법 취지가 구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벤처부나 지방 중소벤처기업청도 상생 협력법 제27조에 따른 수탁·위탁 거래 실태 조사를 충실히 하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이와 관련된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 및 사업자 단체 역시 중소기업벤처부나 지방 중소벤처기업청과 함께 협력과 상생이 숨쉬는 기업 환경 조성되도록 긴밀히 협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