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재산의 파산 제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도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2017년부터 이 제도를 홍보하고 서울가정법원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홀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고인의 빚만 물려받게 되어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아들이 있다. 아들은 상속 재산을 한도로 상속 채무 등을 변제하기로 하는 상속 한정 승인을 가정법원에 신청했다. 그 후 아들은 각 채권자들에게 한정 승인 허가 사실을 알리고, 일간지 등에 공고하면서 빚을 청산하려 했다.

그런데 그 변제 절차가 복잡하고, 우선순위의 빚보다 후순위 빚을 먼저 갚을 경우에는 우선순위 채권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에 걱정하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속 한정 승인 제도이다.

한편 이처럼 상속 채무가 과다할 경우에 다소 생소한 ‘상속 재산의 파산 제도’를 이용하면 더 유익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한정 승인과 달리 채무 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 재산에 대해 (회생)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함으로써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 관재인을 통해 상속 채무를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사람에 대한 파산 절차가 아닌 재산에 대한 파산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상속인의 경제적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채무자 회생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 파산 제도의 신청권자는 상속인 뿐 아니라 상속 채권자, 유증을 받은 자, 상속 재산 관리인 및 유언 집행자로 상속 재산에 대해 파산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상속 채권자도 신청이 가능하여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를 위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보통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 회수를 위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다 상대방이 사망하면 채무자의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하기 위해 소송 수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채권자가 상속 재산 파산 제도를 이용할 경우 소송 수계를 거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상속 재산 파산 제도는 파산 관재인에 의한 상속 재산의 효과적인 환가 및 채권자에 대한 공평한 변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또한 한정 승인을 한 상속인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상속 채권자를 파악하고 상속 재산의 환가를 통하여 상속 채무를 변제하는 등 복잡한 청산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상속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될 위험도 없다. 그리고 채권자는 채권 회수를 위한 절차 간소화를 도모할 수 있다.

상속 재산 파산 제도의 신청 기간은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또는 이를 경과하여도 상속인의 상속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는 동안 상속 개시지를 관할하는 회생법원에 상속 재산에 대한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후에도 한정 승인 또는 재산 분리에 기한 청산 절차 진행 중에는 가능하다.

상속인이 한정 승인을 하지 않고도 관할 회생법원에 상속 재산 파산 신청을 하고 법원이 파산 선고를 하면 한정 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상속 재산의 파산 신청이 기각되고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고인이 남긴 빚을 상속하겠다는 단순 승인을 한 것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에 한정 승인을 신청한 다음 상속 재산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제도와 관련하여 서울회생법원 뉴 스타트(NEW START) 상담 센터에서 방문자에 한하여 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그밖에 광주 등 다른 지방법원에서는 아직 관련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법률구조공단 등에서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