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에게 따스한 시선을
2019년 03월 11일(월) 00:00 가가
[이광재 변호사]
저는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체에 입사해 해외 수출 업무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께 2년여간 북부 아프리카인 리비아에 상주하면서 건설업 등을 수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리비아는 가다피 집권 후 산유국인 이점을 잘 활용한 덕에 주변국에 비해 소득이 높아 피부색이 비슷한 이웃 나라인 이집트는 물론, 멀리 나이지리아, 가나, 토고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종교와 피부색이 같은 이집트 사람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입국하는데 반해 나이지리아, 가나, 차드 등과 같은 국가 출신은 거의 모두 불법적으로 입국을 하였습니다. 리비아에서 만난 불법 입국자들은 입국 과정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여러 번 겪기도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지(George)와 프랭크(Frank)는 모두 흑인으로 가나(Ghana) 출신인데, 위와 같은 이유로 리비아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가 리비아 건설현장 소장으로 근무하던 곳에서 막노동 인부 등으로 일을 했던 관계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건설 현장이 늦게 끝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조지와 프랭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제가 살던 집으로 데려가 저녁을 대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조금 친해지게 되자, 조지와 프랭크는 그들의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들은 가나의 평균 월급이 미화 50달러여서,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설사 부양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녀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킬 수 없어 가난이 대물림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리비아로 밀입국을 했다고 합니다. 밀입국을 하려면 밀입국 알선 업자에게 500달러는 줘야 하므로, 2년간 돈을 어렵게 저축해야 불법 입국이라도 꿈꿀 수 있다고 합니다.
가나에서 리비아 국경까지 오는 과정은 큰 위험이 없으나, 리비아 국경에서부터 트리폴리까지는 죽을 고비를 두세 번 넘겨야 하고, 대략 20~30%가 사망한다고 합니다. 뜨거운 사막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탈진으로 죽는 경우가 일부 있고, 나머지는 사막 도적에 의해 죽는 경우라 합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사막 도적들은 흑인들이 밀입국하는 루트를 잘 알기 때문에 거의 모든 밀입국 흑인이 그들을 두 번 이상 만난다고 합니다.
사막 도적들이 맨 처음 하는 짓은 흑인들을 발가벗기고 옷을 뒤지며 운동화 뒷 창을 잘라 숨겨둔 돈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랭크의 친구 중 한 명이 출국 2주 전 맹장 수술을 해 그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막 도적들은 배 속에다 돈을 숨겨놓은 것이라며, 수술 자국을 다시 칼로 잘라 배 속을 뒤졌고, 결국 그는 출혈과 감염으로 고통을 겪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트리폴리에 도착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막노동을 하여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은 200달러 내외인데, 고국에 보내는 돈을 제하고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70달러 정도입니다.
그 돈으로 식비 해결도 빠듯하기 때문에 잠은 수십 명이 모여 자고, 은행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도 편히 잘 수도 없다고 합니다. 아파도 밀입국자인 탓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려워 다치거나 아프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조지와 프랭크의 얘기를 듣고 동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실감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조지는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고, 앞으로 2~3년만 더 돈을 모으면 가나로 귀국해서 중고 택시를 사 운전할 수 있게 되면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 후 조지가 2015년께 가나로 무사히 귀국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지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았듯이, 귀국한 이후에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밀입국자는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그들에 대한 인권 문제나 체불 임금, 그리고 폭력 사건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가 조금만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포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였을 것입니다. 넓게 보면 같은 동포나 민족은 아니지만, 그들도 동시대에 지구에서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같은 인간이자 타국에서 고국의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아빠이자 엄마라는 점을 이해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좀 더 따스한 시선을 보내줬으면 합니다.
조지(George)와 프랭크(Frank)는 모두 흑인으로 가나(Ghana) 출신인데, 위와 같은 이유로 리비아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가 리비아 건설현장 소장으로 근무하던 곳에서 막노동 인부 등으로 일을 했던 관계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건설 현장이 늦게 끝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조지와 프랭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제가 살던 집으로 데려가 저녁을 대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조금 친해지게 되자, 조지와 프랭크는 그들의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사막 도적들이 맨 처음 하는 짓은 흑인들을 발가벗기고 옷을 뒤지며 운동화 뒷 창을 잘라 숨겨둔 돈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랭크의 친구 중 한 명이 출국 2주 전 맹장 수술을 해 그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막 도적들은 배 속에다 돈을 숨겨놓은 것이라며, 수술 자국을 다시 칼로 잘라 배 속을 뒤졌고, 결국 그는 출혈과 감염으로 고통을 겪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트리폴리에 도착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막노동을 하여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은 200달러 내외인데, 고국에 보내는 돈을 제하고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70달러 정도입니다.
그 돈으로 식비 해결도 빠듯하기 때문에 잠은 수십 명이 모여 자고, 은행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도 편히 잘 수도 없다고 합니다. 아파도 밀입국자인 탓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려워 다치거나 아프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조지와 프랭크의 얘기를 듣고 동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실감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조지는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고, 앞으로 2~3년만 더 돈을 모으면 가나로 귀국해서 중고 택시를 사 운전할 수 있게 되면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 후 조지가 2015년께 가나로 무사히 귀국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지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았듯이, 귀국한 이후에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밀입국자는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그들에 대한 인권 문제나 체불 임금, 그리고 폭력 사건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가 조금만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포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였을 것입니다. 넓게 보면 같은 동포나 민족은 아니지만, 그들도 동시대에 지구에서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같은 인간이자 타국에서 고국의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아빠이자 엄마라는 점을 이해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좀 더 따스한 시선을 보내줬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