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에 다양한 디자인 입힌 ‘친환경 삶터’
2019년 11월 08일(금) 04:50
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9> 스웨덴 스톡홀름(하)
함마비·로얄 시포트 주거단지
공업단지·가스저장소 장기 개발
재활용·에너지절약 생태도시
‘주민 공용 공간’ 강화 소통 중시
“공공기관·주민·기업 협력해야”

스웨덴 스톡홀름 최대 주거단지 개발 기획인 ‘로얄 시포트’ 단지에 들어선 다양한 디자인의 주거·상업 건물은 도시 풍경을 아름답게 연출한다.

로얄 시포트의 주거 건물.




친환경 주거 단지로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완공되는 스톡홀름 ‘함마비 하스타드’


눈 앞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건물 모습에 연신 휴대폰을 눌러댔다. 붉은색의 강렬함, 파스텔톤의 따뜻함, 단정하면서도 포인트 있는 외관의 건물들은 흥미로웠다. 당초 기사에 실을 사진 몇장만 찍을 생각이었는데 “저쪽에는 또 어떤 건물이 있나” 궁금해 계속 움직이고 차 한잔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결국 예정했던 미술관 방문을 포기해야했다.

광주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주거 지역들의 획일화된 아파트 숲이 자꾸 떠올랐다.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에 익숙해진 나에게 단독 주택이 아닌, 공동 주택이나 상가 건물도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고 부럽기도 했다.

스톡홀름시는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비전으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진행중이다. 주거 단지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다채로운 주거·상업 건물의 전시장’이라 불릴만한 이곳 ‘로얄 시포트’(Royal Seaport)는 스웨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현재 한창 조성중이다.

로얄 시포트를 찾기 전날 세계 친환경 생태 주거단지의 선구자적 모델로 꼽히는 ‘함마비 허스터드’(Hammarby Sjostad)의 환경 정보 센터를 찾아 보 홀크비스트 담당자의 브리핑을 듣고 현장을 둘러봤다. 로얄 시포트는 함마비 허스타드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사업이다.

스톡홀름 중심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함마비 허스터드는 1990년만해도 오염 문제가 심각하고 우범지역으로 안전 문제까지 불거진 낡은 공업단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변 공간과 녹지 공간, 주거 지역, 상업및 공공서비스 지구,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와의 조화를 통해 생태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보 홀크비스트씨는 “함마비는 도시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테마로 조성되야 하는지 긴 논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지향한 세계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스톡홀름시는 당초 2004스톡홀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선수촌 건설지역으로 이 지역 개발를 추진했었다. 아테네와 경합끝에 개최지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개발 계획은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1997년 시작해 2020년 마무리는 되는 사업으로 현재 3만명이 거주하고 2만명이 출퇴근하며 일하고 있다.

단지는 토지 효율성과 공간 효율성을 따져 디자인했다. 현대적인 교통 출퇴근 시스템, 생활 소음 줄이기, 에너지 효율성, 녹지 사용 등에 신경을 썼다. 또 ‘5분룰’ 키워드를 실행해 옮겼다. 신도시를 개설할 때 ‘어떻게 출퇴근을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주거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대로, 공원, 식료품 상점이 걸어서 5분 내에 닿을 수 있게 설계하면 자연스레 차량 이용이 줄어들고 주차장, 도로 등의 공간이 줄어들면 휴식 공간, 공원 등 ‘사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는 자원 생태순환 시스템인 ‘함마비 모델’을 운영하고 에너지, 교통, 쓰레기, 수도, 주거 단지 등의 문제도 체계적으로 풀어나갔다. 함마비는 100%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중에서도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사용이 80%를 넘는다. 또 카풀 시스템, 페리,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서 개인 자동차 이용이 40% 가까이 줄었다.

담당자와 함께 둘러본 단지는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시설물을 배치하고 녹지공간을 거쳐 주거동에 이르도록 자연친화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었다. 수변 공원을 조성하며 심은 갈대와 각종 식물들은 원래 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다시 심어 당시 서식했던 동물들이 그대로 살 수 있도록했다.

홍보 담당자 권유로 예정에 없던 곳이었지만 찾아간 로얄 시포트는 가스 저장소였던 곳을 대규모 주거 단지로 개발 중이다. 지난 2000년 시작돼 오는 2030년 개발이 마무리는 사업으로 1만2000개의 주택과 3만500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약 6000여명이 거주중이다. 언급한 것처럼 로얄 시포트는 함마비 허스터드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교훈을 바탕으로 조성중인 지역이다. 함마비 개발 당시에는 비용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태양열은 모든 건물에 도입했고 환경·재생 시스템 역시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주거·상업 건물은 10층 아래 저층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함께 쓰는 공간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공통의 시간’을 나누도록 했다. ‘거주자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를 위해 시는 ‘더 많이 만나고 즐기는 오픈된 공용 공간’을 만드는 데 중심을 뒀다.

로얄 시포트의 건물들은 특히 모던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함마비의 경우 10개 민간 업체가 참여한 데 반해 이곳은 40개 업체가 합류, 같은 블럭 안에서도 동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건물을 설계해 도시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시 도시계획과는 화재 등 재난, 장애인과 아이들 배려 등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 대신 각 업체가 건물을 지을 때 적용하는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절감 솔루션 사례 등을 통합하고, 연구해 활용한다.

‘친환경 신도시’ 함마비나 로얄 시포트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세금을 높이 매기며 재활용을 권장해왔고 자연보호법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입법한 나라다. 또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오랫동안 이어져왔고 이는 신도시 개발에도 정확히 작동했다.

보 홀크비스트 “프로젝트의 비전을 세우는 것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기업·개인 민간 영역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참여하며 공감대를 얻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김미은 기자/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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