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세마리와 따로 또 같이…‘개별 데이트’로 사랑 나눠요”
2020년 02월 14일(금) 00:00
[‘행복한 동행’ 반려동물과 함께하시개] <3>행복한 다견가정 ‘별·달·밤이네’
파양 경험 반려견 트라우마 치유에 최선
세마리 함께 산책 훈련…교감위해 노력
마음껏 뛰놀수 있도록 애견카페 자주 이용
별·달·밤 서로 의지 “함께 할 때 가장 행복”
애견카페를 찾은 전경일씨가 반려동물 별, 달, 밤이와 함께 가족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전경일씨 제공>
“강아지들이 많다고 해서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전쟁터(?)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들끼리 잘 노는 날도 많아요. 엄마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할 때면 나란히 자리잡고 누워 함께 쉬기도 하는데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화순의 다견가정 전경일(30)씨와 함께 살고있는 반려동물은 별(star·5·애프리푸들), 달(moon·4·초코푸들), 막내 밤(night·3·미니비숑) 까지 모두 셋이다. 별과 달이는 수컷, 밤이는 암컷이다.

별이를 만난 건 4년 전이다. 생후 4개월이 시작될 무렵, 파양 당한 어린 강아지였다. 어느 신혼부부가 2개월 된 아이를 데려갔다가 한달만에 애견숍으로 돌려보냈더란다. 가족이 되려고 그랬던 건지 이 어린 강아지는 전씨만 졸졸 따라다녔다. 결국 집에까지 갔다가 돌아와 별이를 데려갔다.

달이는 별이의 아들이다. 가끔 동네 암컷 강아지네와 만나서 놀곤 했는데 별이가 한 살 때 사고(?)를 쳐서 2세를 만들었다. 모계 쪽을 닮은 건지 닮진 않았다. 막내 밤이는 ‘흰둥이’를 키우고 싶다는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데려온 아이다. 밤이 역시 파양 경험이 있던 아이였는데 8개월 때 만났을 때 이미 두차례 파양의 아픔을 겪었다고 들었다. 한 번은 견주가 지방 출장이 잦다는 이유로, 한번은 너무 활발한 점을 못견뎌서 학대하다가 다른 가족이 파양 의사를 밝혀 경기 남양주시까지 가서 데려왔다.

파양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별이는 3년동안 차만 타면 앉아있지 못하고 떨거나 낑낑댔다. 밤이는 입양 후 2개월 동안 눈도 못 맞췄다. 많이 위축돼 있었고 소변 실수도 잦았다. 아픔을 겪었던 아이들과 교감하려고 노력하고 산책 훈련을 많이 시킨 덕에 지금은 천진난만 강아지 모습을 되찾았다. 달이의 별명은 ‘화순 보안관’인데, 애견카페에서 강아지들끼리 싸울 때 가운데 끼어들어 중재역할을 하거나, 동생 밤이가 괴롭힘 당할 때면 재빨리 다가와 지켜주기도 한다.

별, 달, 밤이네 일상은 평일과 주말이 확연하게 구별된다. 엄마 전씨의 회사 출근일과 휴무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출근하는 평일에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는데 아이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늘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뽀뽀를 해주죠. 배변패드 교체해주고 물그릇이랑 사료 채워주고 문을 나서기 전엔 꼭 잊지 않고 ‘엄마 갔다 올게’라고 말해줘요. ‘엄마가 외출하는구나’라고 인지시키기 위해서죠. 그러다가 주말에 알람소리가 안들리고 제가 늦잠을 자면 애들이 저를 깨웁니다. 낑낑 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핥거나 저를 보면서 짖어요. 빨리 일어나서 놀아달라는 의미겠죠?”

평일에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다는 미안함 때문에 주말은 대부분 반려견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함께 별, 달, 밤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적도 많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애견카페를 자주 찾는다. 애견카페에서는 목줄을 채우지 않아도 되고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다. 다른 강아지들과 자주 만나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매너가 좋다는 자랑도 잊지 않는다.

엄마에 대한 질투가 심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잘 노는 반려견들이지만 전씨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잊지않고 하는 숙제가 있다. 다름 아닌 ‘1대 1 데이트 하기’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개별 산책을 시켜주려고 해요. 각자 사랑을 공평하게 나눠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고 싶어서죠. 별, 달, 밤이 각자 한 번씩 저랑 1박 2일 또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함께하는 산책도 좋지만 개별 산책을 하면서 온전히 자기한테 집중하면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별, 달, 밤이 이름을 새겨놓은 사료그릇.
다견가정 답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용품들도 만만치 않다. ‘없는게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샴푸나 컨디셔너, 드라이기 등 목욕용품은 기본에 가위나 빗도 종류별로 갖추고 있다. 강아지가 셋이다 보니 사료그릇과 물그릇, 목줄, 하네스(가슴줄), 리드줄 등도 모두 세 개씩이다. 계절별로 입혀줘야 할 옷도 커플룩으로 장만하다보니 별이 달이 밤이 각자 소유하고 있는 옷이 벌써 20~25벌씩이다. 견주의 드레스룸 한 칸을 아이들 옷장으로 내어준 지는 이미 오래 전. 여기에 아이들 이동가방, 카시트가 더 있고 자동차도 일부러 뒷좌석이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

비용 부담도 크다. 두 달에 한 번씩 미용을 맡기고 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준다. 반려동물이 없는 집이라면 ‘쓸데없는’ 곳에 지출한다고 쓴소리를 하겠지만 ‘가족이니까’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제 일상에 아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정도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만나는 이들과의 대화 소재가 ‘강아지’가 됐더라구요. 강아지 키우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줄긴 했어요. 셋이라 힘든 점도 많지만 그만큼 마음이 풍족해진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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