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 한바퀴] 강진 로컬푸드
명인 손에서 다시 태어난 전통주…깊고도 깊구나
김견식 명인 병영소주 3대 전수자…브랜드로 출시 전국 입맛 사로잡아
슈퍼푸드 ‘귀리’ 필수아미노산 풍부…고혈압·당뇨 등 예방 탁월
300여 농가 420개 품목 ‘로컬푸드 직매장’
소포장 판매로 소비자 만족도 높아
2020년 06월 16일(화) 00:00

강진 수인산의 맑은 물, 100% 국내산 햅쌀, 오랜 정성과 혼을 담아 빚은 ‘병영설성’ 생막걸리.

강진군은 ‘남도답사 일번지’로 손꼽힌다. 다산초당과 백운동 원림, 사의재 등 다산 정약용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있고, 고려청자와 차문화가 이곳에서 융성했다. 한정식과 짱뚱어, 아욱국, 병영 돼지불고기 등 다채로운 먹거리는 남도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녹음이 짙어가는 초여름에 강진의 역사와 인물, 생태, 먹거리 등 다채로운 매력을 찾아 강진으로 떠나보자!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쌀귀리는 강진군의 대표 농작물이다.
◇명인이 빚은 병영막걸리·보리 소주

강진은 예로부터 산이 높고 물맛이 좋아 전국적으로 막걸리가 유명하다. 수십년 전통주를 만들어오고 있는 병영양조장과 도암주조장은 남도를 대표하는 술만드는 공장이기도 하다.

5월초 병영면으로 향했다. 한적한 시골마을 모습 그대로다. 예년 같았으면 ‘전라병영성축제’와 맞물려 동네가 북적거렸을 터인데 축제가 취소되면서 조용하기 그지없다.

강진의 역사는 병영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말 이래 계속된 왜구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광산현이 설치됐던 전라병영을 도강으로 옮겨오면서 강진이 탄생했다.

병영은 군사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인이 아닌 병사또가 즐겨 마셨다는 병영소주의 유래가 전해온다.

“남보다 더 좋은 술을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으로 평생 연구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술을 마셔본 사람은 양주 못지않다고 감탄합니다.”

병영양조장 제2공장 사무실 벽에 김견식(83) 대표의 사진과 함께 적혀 있는 글귀에 병영소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끊긴 줄 알았던 병영소주의 명맥이 이어져 복원된 데에는 김 대표의 노력이 컸다. 병영양조장은 1946년 지금은 고인이 된 김남식 선생이 설립했다. 1957년 18세였던 김견식 대표가 종갓집 형님이 운영하던 양조장에 입사하면서 3대 전수자로서 전통주 제조법을 전수받았고 이후 1991년 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전통주를 지키는 외길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병영소주’ 제조기능으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1호로 지정됐다. 김 명인이 보유한 기능인 병영소주는 수입쌀로 만든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100% 국내산 보리쌀로 제조한 증류식 소주다.

보리를 정맥해 누룩과 함께 발효한 후 증류와 여과를 거쳐 1년 이상 숙성시켜 빚은 40도의 술이다. 고도주 임에도 불구하고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온화한 술로 평가받고 있다. 쌀이 아닌 보리로 빚기 때문에 특유의 고소하고 은은한 향을 입안에서 느낄 수 있으면서 뒤끝이 없다. 냉장보관해서 시원하게 마시면 더 부드럽고, 높은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칵테일로 블랜딩해서 마시기도 한다.

병영소주 못지 않게 사랑받고 있는 게 생막걸리다. ‘병영설성’ 브랜드로 출시되는 생막걸리는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강진 수인산의 맑은물과 100% 국내산 햅쌀, 오랜 정성과 혼을 담아 빚은 술이다.

병영양조장 막걸리는 삼양주(三釀酒)다. 누룩과 꼬두밥을 세 번에 나눠서 담근다고 해서 삼양주다. 누룩과 고두밥을 쪄서 밑술을 담그고 닷새 정도 지나서 다시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같이 넣는다. 사흘 정도 지난 후 또 다시 고두밥을 쪄서 넣어준다. 막걸리 담그는 시간만 한달이 훌쩍 넘게 걸린다.

막걸리를 빚는 2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강한 알콜향이 코를 찌른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할 것만 같다.

“효모 발효 과정에 생기는 탄산가스 향입니다. 오래 맡고 있으면 머리가 ‘띵’ 해지기도 해요.”

김 명인의 뒤를 이어 막걸리와 병영소주 제조법을 전수받은 큰아들 영희(54)씨의 설명이다.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는 유통과정에서도 효모가 계속 발효작용을 하기 때문에 탄산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냉장보관을 유지해야 한다. 냉장 보관온도에 따라 유통기한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생막걸리는 열흘에서 한 달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살균 막걸리는 탄산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1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다.

햅쌀로 빚은 생막걸리는 요구르트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유산균이 풍부하다. 특히 면역력 강화에 도움된다고 알려지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생막걸리는 담백한 맛과 깔끔한 뒷맛이 좋아 지난 2008년부터 일본에도 꾸준히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6만ℓ의 생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8만ℓ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기농 친환경 쌀로 빚은 막걸리는 ‘설성 만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그해 생산된 유기농 친환경 쌀을 원료로 자연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빛깔이 하얗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보통 술을 만들 때 꿀이나 설탕 등 감미료를 조금 추가해 맛을 내는데 만월은 마지막 까지도 쌀로 맛을 조절한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좀 더 쓰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술맛을 아는 사람들은 이 맛이 좋아 만월만 찾기도 한다.



강진농협 파머스마켓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로컬푸드를 만날 수 있다.
◇명품 쌀귀리와 로컬푸드 직매장

몇 년 전부터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귀리는 강진군의 대표 농작물이기도 하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인 귀리는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하다.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아 심장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 예방에 탁월한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전남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한 동물실험을 통해 귀리의 ‘아베난쓰라마이드(Avn)’ 물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다.

아베난쓰라마이드는 현재까지 보고된 곡물 중에는 유일하게 귀리에만 있는 물질이다. 귀리는 칼로리가 낮아 채소주스와 함께 다이어트용으로 섭취하기도 하고 밥에 넣어 먹으면 성인병 예방과 성장기 어린이 발육촉진에 도움을 준다. 가공품인 오트밀이나 시리얼, 과자 등을 만드는데도 이용된다.

귀리 중에서도 성숙후 껍질이 종실에서 잘 벗겨지는 귀리를 쌀귀리라고 부른다. 강진군은 지난 2010년부터 쌀귀리 재배를 시작했으며, 쌀귀리 연구회를 결성, 명품 월동작물로 키우고 있다.

강진은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추위에 약한 쌀귀리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농가들의 재배기술력과 종자관리 능력도 높아 질 좋은 쌀귀리를 생산하고 있다. 매년 10월 중순에서 11월 초까지 파종해 월동하고 이듬해 6월께 수확한다. 출하기에 비를 자주 맞거나 잠기면 쌀귀리가 검게 변하므로 장마철이 오기 전 수확해야 한다.

지난해는 도암면을 중심으로 150농가에서 420㏊ 면적에 쌀귀리를 파종했다. 쌀귀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년보다 120㏊ 늘어난 면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한 대형마트와 손을 잡고 강진산 쌀귀리와 쌀보리 700t 입점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쌀귀리를 포함한 강진산 로컬푸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강진군이 지난해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강진농협 파머스마켓 내에 ‘숍 인 숍’ 형태로 설치된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300여 농가에서 내놓은 420개 품목이 진열돼 있다. 각종 곡물과 야채, 과일, 가공품, 화훼류 등이 가득하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기존 매장운영 형태와 달리 별도의 관리요원 없이 생산자가 직접 아침에 갓 수확한 농산물을 가격을 책정해 오전 9시까지 매장에 진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바로 출하할 뿐 아니라 판매에 불리했던 소규모 작물을 비롯해 제철 과일 등 다양한 상품을 소포장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올 1월부터 5월초까지 8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