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 한 바퀴] 곡성 로컬푸드, 토란파이·토란막걸리·멜론장아찌
2020년 09월 15일(화) 00:00
웰빙식품의 무한변신

고온다습하고 일교차가 큰 곡성에서 자란 토란은 타지역 토란에 비해 단단하고 고소하다.

◇‘토란’이용한 푸딩·파이·막걸리

‘알토란 같다’는 말이 있다. 주위의 너저분한 털을 다듬어 깨끗하게 만든 토란을 의미하는데, 부실한 데 없이 속이 꽉 차고 단단한 것들을 표현할 때 ‘알토란 같다’고 비유한다.

모양은 감자와 비슷하지만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졌으며, 땅에서 자라는 알이라고 해서 토란(土卵)이라고 불린다. 재배면적 기준으로 전국의 40%, 생산량 기준 70%를 점유하고 있는 전국 최대 토란 주산지가 바로 곡성이다. 생산량만 많을 뿐 아니라 곡성에서 자라는 토란은 영양도 풍부하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둘러싸고 있는 곡성은 고온다습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 특성으로 다른 지역 토란에 비해 단단하고 고소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곡성군은 영양이 풍부한 토란을 생산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논에서 윤작하는 방식으로 토란을 재배하기 때문에 타지역 토란과 구별된다.

토란 수확시기는 줄기의 경우 무더위가 꺾인 8월 이후, 알줄기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한다. 곡성 토란은 타 지역보다 출하가 빠른 편이다. 지난 6월에는 ‘곡성토란’이 특허청으로부터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획득했다.

토란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인 토란은 칼륨, 인, 비타민 등의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나 변비에 좋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토란 최대 주산지답게 곡성에서는 다양한 토란음식을 맛볼 수 있다. 토란을 넣은 들깨탕, 토란빵, 토란아이스크림, 토란대 육개장, 토란푸딩, 토란선식, 토란누룽지 과자, 토란부각, 토란만주 등 맛 좋고 영양이 가득한 15종의 가공식품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토란 음식을 맛보고 싶어 찾아간 토란카페 ‘가랑드’. 여성농민공동체인 ‘수상한 영농조합’이 탄생시킨 브랜드다. 가랑드에서 만든 첫 번째 제품은 토란파이만주다. 무색, 무취, 무향의 ‘3무(無)’인 토란에 색과 맛과 향을 입혔다.

“토란은 사실 식품개발에서 예외되는 재료 중 하나에요. 색도, 향도, 특별한 맛도 없는 게 토란이거든요.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미끈거리는 식감까지 있어서 음식을 개발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죠. 그러다가 토란 푸딩을 직접 만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토란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토란으로 인연을 맺은 여성농민들과 함께 조합을 결성한 노계숙 대표가 찾아낸 토란의 장점은 그동안 단점으로 생각했던 무색, 무취, 무향이다. 맛도 색도 향도 없는 토란은 혼자서는 변화가 불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재료에나 잘 어우러지기도 했다.

토란파이만주.
페스츄리 형식으로 만든 파이만주는 앙금에 토란과 강낭콩, 아몬드를 넣었다. 겉피는 유기농 흑미를 이용해 껍질 까기 전 토란의 빛깔과 모양을 그대로 표현했다.

껍질을 깐 토란을 구매후 쌀뜨물에 삶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제거해준다. 익힌 토란은 씻어서 물기를 뺀 다음 곱게 갈아 설탕을 넣어 절이고 발효시킨다. 다시 한 번 끓여주고 숙성시킨 후 냉동시켜서 일년동안 사용한다. 이렇게 밑작업을 한 토란을 ‘당절임’이라고 표현한다. 파이만주안에 강낭콩 앙금과 토란 당절임, 아몬드가루를 섞어 넣어주는데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당절임과 토란가루를 넣어 만든 푸딩, 알토란과 토란대를 이용한 토란 키슈, 토란대파스콘과 에그타르트도 많이 찾는다. 알토란과 달리 버려지는 어미 토란인 무광을 이용해 토란잼을 만들어 토란밀크티 메뉴도 추가했다.

14가지 공정을 거쳐 만든 토란 막걸리.
토란으로 만든 막걸리도 대세다. 가공이 힘든 토란을 이용해 14가지 공정을 거쳐 막걸리를 만드는 곳은 젊은 대표 양숙희씨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다.

“끈적거리는 토란 특유의 뮤신 성분 때문에 술을 빚는게 힘들었어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찾아낸 게 토란칩이었고, 채택하자마자 바로 토란막걸리 제조방법 지적재산권 출원까지 마무리했죠.”

얇게 썬 생토란을 건조시켜서 토란칩을 만든 다음 고두밥을 찔 때 토란칩을 넣는다. 쌀은 곡성 친환경 쌀을 사용한다. 토란칩을 만들 때 뮤신 성분을 줄이기 위해 쌀뜨물에 씻는 과정을 거치는데, 고두밥에 넣기 전 다시 한 번 토란칩을 쌀뜨물로 씻어준다. 숙성시간은 360시간. 15일 동안 숙성시킨 다음 술을 걸러주는데 이때 안에 있던 토란칩도 같이 짜 낸다. 유통기한은 30일, 생탁주이기 때문에 냉장보관이 원칙이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토란 함량은 20%.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모주처럼 달큰하다. 알코올 도수는 8%로,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없고 뒷맛이 깔끔하다. 많은 양의 토란 성분이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막걸리에서 배 향이 난다는 점이다.

“항아리에 넣어 술을 빚는데 하루, 이틀, 사흘 향(香)이 매일 바뀌는 거에요. 무취, 무향인 토란에서 향이 난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토란 막걸리 ‘시향가 탁주’는 전남도 ‘8월의 남도 전통주’로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서울 전통주갤러리에서 ‘청년 양조인’으로 선정돼 시음행사를 갖기도 했다.

높은 당도와 달콤한 향을 가진 곡성멜론. 곡성에서는 연간 4918t의 멜론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한다.
◇머스크 향 진한 명품 멜론

높은 당도와 달콤한 향으로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멜론의 최대 주산지 역시 곡성이다. 곡성읍 대평리를 중심으로 336농가 136ha에서 재배되고 있는 곡성 멜론은 연간 4918t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한다.

곡성은 연평균 기온 13.6℃로 멜론 재배 최적지다. 특히 일교차가 커야 맛과 품질이 우수해지는데 곡성은 지형적 특징으로 낮과 밤의 일교차(연교차 24.8℃)가 커 고품질 멜론 재배에 유리하다. 여기에 1덩굴 1과일 생산 기술까지 갖추고 있으며 멜론 특유의 머스크향(사향)이 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곡성에서 멜론이 재배되기 시작한 때는 1982년부터다. 비닐하우스에서 소규모로 시작했던 멜론은 이후 곡성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역농업 개발사업을 통해 지역 농산물로서의 비중을 넓혀갔다. 멜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2005년 국내 최초 농림부 지정 수출원예단지 선정, 2008년 곡성멜론클러스터사업단이 출범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곡성멜론 통합 APC를 준공하고 비파괴 선별라인을 구축했다.

곡성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고품질 멜론 재배에 유리한 지역이다.
2010년에는 멜론 생산농가 GAP 인증을 획득하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로 국내는 물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대표 온라인쇼핑 업체인 쿠팡 로켓프레시를 신규 런칭해 전국 어디서나 곡성멜론을 주문하면 하루만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6월에는 전국 430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 ‘탐앤탐스’와 손을 잡고 ‘곡성멜론 스무디’, ‘곡성멜론 빙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멜론 농부’로 알려진 유명 셰프 강레오씨를 홍보대사로 위촉, 곡성멜론 아이스크림, 장아찌, 식초 등 가공상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곡성에서 직접 멜론을 생산하고 있는 강 셰프는 매주 2~3일간 곡성에 머무르며 멜론을 재배, 판매하고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수확하는 곡성 멜론은 추석이 가장 큰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8월초 쏟아진 폭우로 상당수 멜론 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부서지고 지붕이 뜯겨나가는 등 큰 피해를 입어 추석 대목은 물론 내년 농사까지 포기해야 할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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