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순천 ‘책방심다’
2020년 10월 28일(수) 07:45 가가
자신의 이야기로 ‘누구나 책 한권 심다’
“와. 여기저기 책방 다니면서 좋으셨겠어요. 책방 사장님들 이야기도 듣고요.”
지난 4월부터 러브앤프리의 책방 지기로 광주의 여러 동네 서점을 방문했었다. 이제 2년 차가 된 러브앤프리는 방문했던 모든 서점 사장님들이 책방 선배였고, 선생님들이었기에 기사를 쓰기 위해 방문을 하면서도 서점 마다의 역사와 지금 현재와 앞으로를 꿈꾸는 책방 사장님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그런 서점 방문의 마무리 여정은 광주를 벗어나 전남으로 향했다. 순천의 동네 서점 ‘책방심다’(순천시 조곡동 151-38)이다.
순천에는 ‘책방심다’라는 서점이 있다. 빛이 아름다운 날에는 책 한 권을 들고 하천 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동네에 자리 잡은 책방은 2층 집 주택을 개조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누구나 책 한 권 심다’를 슬로건처럼 시작한 서점은 올해로 5년째, 김주은·홍승용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점 입구에 독특한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 자판기였다. 어떻게 이런 자판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주인 부부는 책방을 열기 전 사진이 주업이었다고 한다. “신랑은 서울 사람, 저는 부산 사람인데요. 결혼 전에 둘 다 사진을 전공한 사진 예술 강사였어요.”
사진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가 된 친구들을 보며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서울의 ‘스토리지북앤필름’과 제주의 ‘소심한 책방’을 다니면서 독립출판물을 처음 알게 됐는데, 문화적 충격이었다. 사진이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만들어 선보이고 판매한다는 게 놀라웠다. 사진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서점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독립출판 씨앗학교’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 그림, 사진… 무엇으로든 표현한 것들로 소통하고 싶다면 그걸 책으로 만들면 되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는 독립출판물이 생소한 사람들도 많아서 사람들에게 독립출판물을 좀 더 자세히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독립출판 씨앗학교는 3년 째가 되었고, 순천지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고 싶은 사람들이 수업을 통해 직접 만든 책들이 20권이 넘는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단순히 개인 소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창작자 마켓인 ‘자란다 마켓’에서 참여자들의 결과물과 전국의 창작자들의 책까지 함께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려면 쉽지는 않을 텐데 부부는 이 사업 자체가 심다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이야기한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독립출판물이 알려져야 심다도 알려지면서 판매가 일어난 거라며 본인은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함께 성장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 심다에는 문화적 갈증이 있어서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교 교사 분들이 많기도 하고 그림책을 좋아하시거나, 글쓰기, 책 읽기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다. 그분들과 자수 모임을 시작하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두 아이가 생겼는데, 출산 기간에는 서점 문을 열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그때 모임 멤버들이 서점을 열어주셨다. 그 마음을 받아서 많이는 아니지만 드릴 수 있는 비용을 드리면서 책방에서 같이 일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공개채용으로 책방 직원이 생겼다. 부부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새로운 멤버와 함께하고 있다. 또 2층에 빈 방들이 있어 자기 공부와 다자인 작업 공간을 필요한 순천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어 주고 있단다. 서점에서 프로그램으로도 모임으로도 또, 공간으로도 많은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역 서점의 역할을 작게만 볼 수가 없다.
이런 심다의 서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있는 에세이,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사진집, 그리고 사진과 닮아 있는 그림책이 많다. 또, 아늑한 심다의 서가 한 쪽에 시선이 가는 코너가 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책들이 쭉 진열되어 있는데, 책의 제목도 표지도 알 수 없지만 궁금해지는 ‘블라인드 북’ 코너다. 2016년 심다가 서점으로 유명해지는 계기이기도 한 블라인드 북은 당시 한국에서는 심다를 포함해 두 곳에서만 판매했다. 홍승용 대표가 호주에 사진촬영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한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우리 서점에서 했으면 좋겠다’ 해서 시작하게 됐다. 블라인드 북은 책과 관련된 태그들이 달려 있는데. 심다 대표들이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 신간 중에서 사람들이 보고 싶은 책을 고민해 포장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직접 소통이 어려워진 부분을 채워가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또 하나는 심다만의 정기구독 서비스이다. 그림책 한 권, 단행본 한 권, 그리고 김주은 대표가 직접 쓴 에세이 한 편이 세트로 구성돼 독자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책을 어려워해서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책을 처음 한 권 사고, 처음 읽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책방과 함께하는 교류의 방법이다.
심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 있는데. 손님들이 주택으로 된 서점에 들어가려고 벗어놓은 신발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참 귀엽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책방마다 손님들의 특색이 있는데 심다는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
심다가 지역 서점으로만 머무를 수도 있었는데 많이 알려지는 데는 여행객들의 역할도 컸다. 사진과 SNS의 힘이다. 물론 사진만 찍고 갈 수도 있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에 와서 책과 관련된 문화를 보고, SNS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홍보효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섞이는 공간, 누구나 그냥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는 심다이다.
앞으로 꿈꾸는 심다는 또 무엇이 있을까? 서점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심다가 모든 사람의 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보고 싶거나 아니면 자기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심다를 놀이터로 삼아 같이 놀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심다, 앞으로를 응원한다.
빛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빛에 반짝이는 갈대 풍경을 떠올리며 순천에 간다면 책방 ‘심다’에 찾아가 보자. 현관 앞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따뜻한 햇살과 아늑한 주택 구조에서 책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심다에서 출판한 책들도 살펴보고, 순천을 표현한 재미난 디자인 상품도 볼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을 자연과 책방과 책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책방 심다’가 추천합니다>
▲나랑 자고 가요
심다에서 소규모 출판을 한 네 번째 책이다. 늘 책방주인을 꿈꾸지만, 본업은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저자이다. 2019년 전남 광양동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한 해가 담긴 동시집이다. 씨앗 선생님과 아이들이 더듬더듬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며 삶을 담은 순간들이 반짝이는 시가 되었다. <김영숙 지음>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잎새와 바람을 합친 ‘이파람’이란 이름에 자연의 흐름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작가의 반농반작의 농부의 삶이 담겨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 책이다. <이파람 지음>
▲달에 간 나팔꽃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드는 ‘글로연’ 출판사의 창작 그림책으로 꿈을 꾸고 또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물성을 활용해 이야기의 전개를 풍성하게 하였으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아름다운 지혜를 담아 전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다.
<이장미 지음>
지난 4월부터 러브앤프리의 책방 지기로 광주의 여러 동네 서점을 방문했었다. 이제 2년 차가 된 러브앤프리는 방문했던 모든 서점 사장님들이 책방 선배였고, 선생님들이었기에 기사를 쓰기 위해 방문을 하면서도 서점 마다의 역사와 지금 현재와 앞으로를 꿈꾸는 책방 사장님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그런 서점 방문의 마무리 여정은 광주를 벗어나 전남으로 향했다. 순천의 동네 서점 ‘책방심다’(순천시 조곡동 151-3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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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다’의 서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있는 에세이,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사진집, 그리고 사진과 닮아 있는 그림책이 많다. |
서점 입구에 독특한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 자판기였다. 어떻게 이런 자판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주인 부부는 책방을 열기 전 사진이 주업이었다고 한다. “신랑은 서울 사람, 저는 부산 사람인데요. 결혼 전에 둘 다 사진을 전공한 사진 예술 강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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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다’의 서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있는 에세이,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사진집, 그리고 사진과 닮아 있는 그림책이 많다. |
2016년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는 독립출판물이 생소한 사람들도 많아서 사람들에게 독립출판물을 좀 더 자세히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독립출판 씨앗학교는 3년 째가 되었고, 순천지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고 싶은 사람들이 수업을 통해 직접 만든 책들이 20권이 넘는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단순히 개인 소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창작자 마켓인 ‘자란다 마켓’에서 참여자들의 결과물과 전국의 창작자들의 책까지 함께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려면 쉽지는 않을 텐데 부부는 이 사업 자체가 심다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이야기한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독립출판물이 알려져야 심다도 알려지면서 판매가 일어난 거라며 본인은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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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수상한 북클럽’ 코너. |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두 아이가 생겼는데, 출산 기간에는 서점 문을 열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그때 모임 멤버들이 서점을 열어주셨다. 그 마음을 받아서 많이는 아니지만 드릴 수 있는 비용을 드리면서 책방에서 같이 일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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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추천하는 책에는 간단한 설명을 적어둔다. |
이런 심다의 서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있는 에세이,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사진집, 그리고 사진과 닮아 있는 그림책이 많다. 또, 아늑한 심다의 서가 한 쪽에 시선이 가는 코너가 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책들이 쭉 진열되어 있는데, 책의 제목도 표지도 알 수 없지만 궁금해지는 ‘블라인드 북’ 코너다. 2016년 심다가 서점으로 유명해지는 계기이기도 한 블라인드 북은 당시 한국에서는 심다를 포함해 두 곳에서만 판매했다. 홍승용 대표가 호주에 사진촬영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한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우리 서점에서 했으면 좋겠다’ 해서 시작하게 됐다. 블라인드 북은 책과 관련된 태그들이 달려 있는데. 심다 대표들이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 신간 중에서 사람들이 보고 싶은 책을 고민해 포장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직접 소통이 어려워진 부분을 채워가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또 하나는 심다만의 정기구독 서비스이다. 그림책 한 권, 단행본 한 권, 그리고 김주은 대표가 직접 쓴 에세이 한 편이 세트로 구성돼 독자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책을 어려워해서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책을 처음 한 권 사고, 처음 읽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책방과 함께하는 교류의 방법이다.
심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풍경이 있는데. 손님들이 주택으로 된 서점에 들어가려고 벗어놓은 신발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참 귀엽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책방마다 손님들의 특색이 있는데 심다는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
심다가 지역 서점으로만 머무를 수도 있었는데 많이 알려지는 데는 여행객들의 역할도 컸다. 사진과 SNS의 힘이다. 물론 사진만 찍고 갈 수도 있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에 와서 책과 관련된 문화를 보고, SNS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홍보효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섞이는 공간, 누구나 그냥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는 심다이다.
앞으로 꿈꾸는 심다는 또 무엇이 있을까? 서점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심다가 모든 사람의 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보고 싶거나 아니면 자기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심다를 놀이터로 삼아 같이 놀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심다, 앞으로를 응원한다.
빛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빛에 반짝이는 갈대 풍경을 떠올리며 순천에 간다면 책방 ‘심다’에 찾아가 보자. 현관 앞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따뜻한 햇살과 아늑한 주택 구조에서 책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심다에서 출판한 책들도 살펴보고, 순천을 표현한 재미난 디자인 상품도 볼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을 자연과 책방과 책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책방 심다’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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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자고 가요
심다에서 소규모 출판을 한 네 번째 책이다. 늘 책방주인을 꿈꾸지만, 본업은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저자이다. 2019년 전남 광양동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한 해가 담긴 동시집이다. 씨앗 선생님과 아이들이 더듬더듬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며 삶을 담은 순간들이 반짝이는 시가 되었다. <김영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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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잎새와 바람을 합친 ‘이파람’이란 이름에 자연의 흐름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작가의 반농반작의 농부의 삶이 담겨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 책이다. <이파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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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간 나팔꽃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드는 ‘글로연’ 출판사의 창작 그림책으로 꿈을 꾸고 또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물성을 활용해 이야기의 전개를 풍성하게 하였으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아름다운 지혜를 담아 전한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다.
<이장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