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천탑…운주사 설화 속을 거닐다
2021년 03월 29일(월) 09:00
<6> 화순 운주사· 만연산 오감길
하루 낮 하루 밤 사이에 천불천탑 세워 새 세상 열려는 도선국사의 꿈은 닭 울음 소리에 날아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인돌 유적지·치유의 숲 만연산·산벚꽃 담긴 세량지 … 화순 8경 볼거리 풍성

화순 운주사의 백미는 와불(臥佛)이다. 본래 부처님 세 분이 새겨졌으며, 한 분은 와불 바위로 오르는 길목으로 옮겨져 세워졌다.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너릿재 터널을 넘어가자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산천에 눈이 부시다. 봄기운 완연한 3월 화순이다. 이번주 전남도가 추천한 안심 여행지는 천불천탑의 설화를 간직한 신비의 사찰 운주사와 코로나 시대에 더 뜨고 있는 만연산 오감길이다.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 ‘운주사’와 만연산 오감길 = 운주사(雲住寺)는 화순 천불산(도암면 천태로 91-44)에 자리 잡고 있다. 화순 8경 중 제 2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사적 제312호로 지정돼 있다.

신라 말기 승려 도선국사(827∼898)가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일 가능성은 작다. 1984~1989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금동불입상, 순청자, 상감청자, 분청사기 파편 등 출토 유물로 볼 때 10세기 후반 내지 11세 초인 고려 초를 건립 시기를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성종 12년(1481)에 처음 편찬되고 중종 25년(1530년) 증보된 ‘동국여지승람’은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다. 절의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 있고 또 석실이 있는데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고 기록한다.

답사를 안내한 전남도문화관광해설사 민미옥씨는 “천불천탑의 설화와 더불어 언제, 누가 이 절을 지었는지 분명치 않은 점이 운주사를 더 신비롭게 한다”고 말했다.

운주사는 광주 도심 금남로에서 승용차로 40여 분 걸린다.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을 내고 표를 끊어야 입장할 수 있다. 코로나로 방문객이 부쩍 줄어든 사찰의 형편을 생각하고 운주사가 품고 있는 문화재와 얘깃거리를 생각한다면 입장료는 아깝지 않다.

속세와 불계를 가르는 일주문(一柱門)을 지나면 석불과 석탑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모양과 빛깔, 자세 모두 제각각이다. 1000년의 세월 동안 제 형태를 유지한 것부터 일부가 훼손된 불상과 탑, 온전히 홀로 서 있는 불상, 석벽에 기대어 간신히 세워진 석불까지. 남아 있는 석불과 석탑은 각각 93구와 21기로 설화 속 천불천탑과는 거리가 있다.

화순 운주사 9층석탑
화순 운주사 원형다층 석탑
석탑 21기 가운데 9층 석탑(보물 제796호),석조불감(보물 제797호), 원형다층석탑(일명 연화탑·보물 제 798호)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운주사 골짜기 남쪽 첫 입구에 있는 9층석탑은 거대한 암반 위에 우뚝 솟은 모습이 일품이다. 탑신부에 연꽃이 새겨져 있다. 세련미는 떨어질지 모르나 투박한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어 나오는 석조불감(작은 불상을 모셔둔 곳)은 경주 석굴암의 웅장함, 정교함에는 미치지 못하나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

운주사 답사의 백미는 와불(臥佛)이다.

동산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부처님 두 분이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본존불로 보이는 한 분은 두 손을 모은 채 가부좌를 튼 자세로, 나머지 한 분은 서 있는 자세로 뉘어져 있다.

좌불의 높이는 12.7m, 입상의 높이는 10.26m. 두 손을 모으고 앉은 형상의 본존불로 추정되는 좌불이 길이뿐 아니라 폭도 훨씬 크다. 좌불 아래 뜯긴 바위 자국을 고려하면 이 자리엔 원래 부처가 한 분 더 모셔졌던 것으로 짐작된다. 와불이 새겨진 바위에서 5m쯤 아래 홀로 선 석불이 사라진 와불일 가능성이 크다. 수천 년 세월 동안 볼품없는 바윗덩이에 불과했던 동산 위 커다란 암석은 1000년 전 고려의 석공에 손길이 닿으면서 비로소 부처의 모습을 갖게 됐으리라. 와불은 애초 둘이 아닌 셋이었으며, 모두 일으켜 세워질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고려의 석공들은 하나는 일으켜 세웠으나 나머지 둘은 와불로 놓아둔 것일까.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 민미옥씨는 “와불을 두고는 ‘도선국사가 하루 낮 하루 밤 사이 천불천탑을 세워 새 세상을 열려고 했으나 공사가 끝날 무렵 일하기 싫어한 동자승(또는 일꾼)이 꼬끼오하고 닭 소리를 내는 바람에 석공들이 모두 날이 샌 줄 알고 하늘로 가버려 결국 와불로 남게 됐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선국사의 명을 받고 하늘에서 내려온 석공들이 바위에 세분의 부처를 새긴 뒤 한 분은 일으켜 세워 바위 아래 배치했고, 나머지 둘을 세워야 하는데 닭 울음소리를 듣고 그대로 둔 채 떠나갔다는 것이다.

발걸음은 맞은편 산에 자리 잡은 공사바위로 향한다. 도선국사가 앉아 천불천탑 공사를 지휘했다고 하여 공사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웅전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둥그렇고 커다란 바위다. 공사바위에 오르면 산골짜기를 타고 쭉 펼쳐진 운주사 전체 모습을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사람이 앉았던 것 같은 자국이 파여 있다.

민미옥 전남도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운주사를 답사하는 동안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저 유명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문장이다. 하고 싶은 말은 운주사의 재미는 답사 전 공부를 얼마나 하고 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운주사 홈페이지(www.unjusa.kr)에 소개된 내용을 좀 읽고 답사를 오거나 문화관광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 답사의 재미는 배가된다. 다만 코로나 19 방역수칙 때문에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는 단체 답사객에 한정된 상황이다.

화순 만연산 오감길
차를 타고 광주 쪽으로 20분여 되돌아간다. 만연산 오감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만연산 오감길은 코로나 19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화순의 핫플레이스다. 화순 만연산에 놓인 숲길이다. 화순읍 만연사(사찰)에서 코스는 시작된다. 국립공원 만연탐방지원센터~만연폭포까지 3.6㎞이다. 소나무, 참나무 등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 온몸이 절로 힐링된다. 온통 연둣빛이거나 녹색이어서 눈에 쌓인 피로도 확 풀릴 것 같다. 솔잎 향기도 그만이다. 특히 코스 대부분이 폭 2~3m의 나무 갑판으로 돼 있어 걷기 편하다. 중간중간 앉거나 몸을 누일 수 있는 쉼터와 이정표가 잘 조성돼 있다.

지난 18일 평일임에도 홀로 또는 3~4명씩 무리를 지어 걷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코스 초입은 계곡을 따라 조성돼 있는데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길옆 양지바른 곳에 심어진 매화는 하얀 꽃을 피워냈고 봄볕을 받은 나무들은 연둣빛 새순을 밀어내고 있었다.

화순군 관계자는 “숲은 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과 같은 치유 인자들로 구성돼 있어 숲길을 걷는 것은 면역력을 높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유 활동”이라며 “만연산 오감길이 코로나 시대에 더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만연산 오감길은 접근성이 좋다. 화순읍에서 승용차로 5분, 광주 금남로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화순 교통 217, 217-1, 218. 218-1, 200번, 지원 151, 152, 150번→화순공공도서관 정류장서 하차→만연사, 동구리저수지 방향으로 도보로 30분. 승용차로는 화순읍 진각로 367 만연사로 오면 된다.

◇세계유산 지정 ‘고인돌 유적지’ 등 화순 8경도 = 내륙에 자리한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화순군은 화순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화순 8경을 내세우고 있다.

운주사를 비롯해 화순적벽, 백아산 하늘다리, 고인돌 유적지, 만연산 철쭉공원, 이서 규봉암, 연둔리 숲정이, 세량지 등 명소 8곳이다. 제 1경으로 꼽히는 화순적벽은 상수원 보호 등 이유로 연중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개방하지 않는다.

백아산 하늘다리는 해발 810m 백아산 756m 지점의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연결하는 연장 66m, 깊이 44m, 폭 1.2m의 산악 현수교량이다. 다리 중앙에 강화유리 조망창(가로 40cm, 세로 1m) 3곳이 설치돼 하늘 위를 걷는 듯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고인돌 유적지는 도곡면 효산리~춘양면 대신리 일대 3km 거리에 596기가 분포하고 있다. 국내 고인돌 유적지 가운데 유일하게 채석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영산강 지류인 지석강 주변에 형성된 넓은 평야를 배경으로 청동기 시대인 3000년 전에서 2500년 전을 전후한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한다.

만연산 철쭉공원은 화순읍 수만리서 큰 재를 지나 안양산까지 이어지는 철쭉공원이다.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화순군은 설명한다.

규봉암은 무등산 입석대(1017m) 아래 남동쪽으로 1.6km 지점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 있다. 화순 출신 진각국사 혜심(1178~1234)이 이곳에서 수도하며 득도하였다고 전해지며 풍광이 수려하다.

숲정이는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있는 마을 숲으로 전남도 기념물 제237호이다. 동복천을 따라 물가에 심어진 아름드리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동복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주변엔 김삿갓의 방랑벽을 멈추게 한 적벽이 있고, 그가 숨을 거둔 종명지가 있으며 김삿갓 문학동산이 조성돼 있다.

세량지는 미국 뉴스 채널 CNN이 2012년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곳’에 선정할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간직한 저수지이다. 산벚꽃이 만발하는 봄철에 찾아야 진가를 만끽할 수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호수에 비친 벚꽃이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이 명품이다. 전국의 수많은 사진작가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매년 봄 화순을 찾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