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중화 꿈꾸는 퓨전 국악밴드 ‘화양연화’
2021년 05월 03일(월) 22:00
문화 바이러스 퍼뜨리는 예술단체
드럼·피아노에 가야금·생황까지
멤버 7명 국악·재즈·클래식 아울러
추구하는 음악은 ‘새로움과 창조’
지난해 임방울국악제 최우수상
음원 발매 준비…가을쯤 선보여
젊은 세대들에 신선한 변화 선물

새봄처럼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화양연화’ 멤버들.

심금을 울리는 생황 솔로 연주로 음악이 시작되더니 이어 비올라가 듀엣처럼 합류해 연주를 이어간다. 여기에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잔잔하게 화음을 받쳐준다. 벚꽃이 흩날리는 화사한 봄날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뭔가 슬픔이 담겨있는 듯 애절하다.

잠시후 구성진 목소리의 판소리가 들려온다. ‘송나라 원풍 말년에 황주 도화동에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는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라…’ 때론 랩으로 읊조리듯 빨랐다가 심청이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부르는 대목은 느려졌다가를 반복하며 ‘심청전’한 권의 책을 8분 안에 압축했다는 ‘효녀 심청이’는 판소리극을 보는 듯 빨려들어간다.

지난해 11월, 제28회 임방울국악제가 열린 빛고을시민문화관. 퓨전국악 부문 경연에 새로운 팀이 등장했다. 창작곡 ‘효녀 심청이’로 8분간 무대를 끝마친 퓨전국악밴드 ‘화양연화’는 정식으로 결성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팀이었지만 여느 연주자들 못지않은 훌륭한 공연을 뽐냈다.

◇국악의 대중화 꿈꾸는 ‘화양연화’

지난해 각종 플랫폼에서 5억 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던 영상이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시리즈 중 하나인 퓨전국악밴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였다.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수궁가’를 베이스 기타와 드럼으로 재해석하고 EDM 비트를 결합해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켜 듣는 이들의 흥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광주에도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꿈꾸는 퓨전국악밴드가 등장했다. 재즈피아니스트 강윤숙을 주축으로 7명의 멤버로 구성된 ‘화양연화’는 판소리와 장구, 가야금, 생황, 대금, 비올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 등 국악과 클래식, 재즈 분야를 아우르는 여성 연주자들의 크로스오버밴드다.

“드럼, 베이스기타, 피아노 트리오로 재즈밴드를 이끌어오면서 공연에 따라서 객원으로 가야금과 판소리, 혹은 해금까지 합류해서 연주 활동을 해왔어요. 하다보니 ‘정말 좋다’라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지요. 우리 음악과 현대 음악이 어우러지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본격적으로 팀을 결성해보자 한 거죠.”

팀 대표를 맡고 있는 강윤숙씨는 4년 가까이 지금의 팀원들과 함께 인연을 맺고 연주를 해왔다. 각자 다른 곳에서 연주활동을 하다가 만났지만 함께 음악을 하면서 마음이 맞다는 걸 알게 됐고 결국 팀을 결성했다.

단체에 소속되어 프로로 연주를 하고 있거나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으로 전통악기를 가르쳐오던 이들에게 타 장르 음악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팀을 결성하는데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화양연화’라는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팀을 창단한 건 2020년 후반이다.

‘화양연화’는 리더 강윤숙(사진 맨 앞 왼쪽)씨를 포함한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크로스오버밴드다.
팀명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한다. 우리문화 유전자 안에 면면히 흐르는 동양음악의 정서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서양음악의 형식을 조화시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를 가장 아름답게 빛나도록’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연주해서 들려주는 그룹이다.

강 대표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예술가 집단이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식 멤버는 7명이다. 리더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팀 이름과 걸맞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걷고 있는 멤버들이다.

팀 리더인 강윤숙씨는 피아노를 맡는다. 호남신학대에서 학생들에게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재즈 예술단체 ‘리디안 팩토리’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곽현아(장구)씨는 전남도립국악단 기악단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사로 활동중이다. 이지유(대금)씨는 음악극 ‘김해사충신’ 음원 참여와 위안부 피해자 헌정곡 ‘못다핀꽃’음원을 발매한 바 있다.

정선희(비올라)씨는 순천시립예술단, 전주예고 강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조이플앙상블단원, S챔버 수석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수정(베이스기타)씨는 광주재즈페스티벌과 양림국제재즈페스티벌, 광주영어방송GFN 하우스 콘서트 연주 경력을 갖고 있다.

이은비(판소리)씨는 현재 광주시립창극단 상임단원, 김유민(생황)씨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단원으로 활동중이다. 가야금과 드럼 등 객원 연주자를 초청하기도 한다.

◇“예술가의 생명은 창조”

‘화양연화’가 추구하는 음악은 ‘새로움’과 ‘창조’다. 한국에는 이미 국악과 클래식, 국악과 재즈 등 국악과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팀이 많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편안함과 아름다움, 새로움을 추구하고 화양연화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국악과 함께하는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가 쉼 없이 떠오릅니다. 곡을 계속 만들어나갈수록 그 음악으로 연주를 하고 싶고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의지도 커집니다.”(강윤숙)

팀을 결성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열린 제28회 임방울국악제 퓨전국악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전통국악을 주제로 퓨전음악을 겨루는 콩쿠르였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실력있는 팀들이 많이 참가한 만큼 쉬운 도전은 아니었지만 팀원들간의 믿음과 화합, 더불어 수준있는 작품과 구성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대회 참가곡인 창작곡 ‘효녀 심청이’의 메인테마부분은 조만간 음원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현대음악에 익숙해져있는 세대들에게 국악이 주는 신선한 변화가 기대된다.

“재즈나 클래식 등 장르마다 음악의 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악기에는 서양악기에 비할 수 없는 한국의 정서가 담겨 있어요. 한이 있고 깊음이 있는, 마음 속의 생각을 뚫어내는 듯한 국악기만의 특성을 서양악기가 따라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관객들이 국악기를 알고는 있지만 그걸 전통국악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는 아니기에, 이제는 한국적인 악기로 현대음악과 융합해서 더 다양하고 더 좋은 음악을 창조해 나갈 생각입니다.”

‘화양연화’ 음악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겨 있다.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비바람을 맞고 견뎌내야 하듯이 음악에도 행복과 기쁨만이 아닌 슬픔과 분노도 함께 담아내고 싶다는 얘기다.

밴드는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더라도 들어주는 관객이 없다면 힘이 나질 않는다. 대부분의 단체들도 그렇겠지만 화양연화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많지는 않다. 개별 공연에 특별출연으로 참가해 연주 무대를 가졌을 뿐이다.

‘화양연화’는 지난해 11월 임방울국악제 퓨전국악 부문 경연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화양연화 제공>
“임방울국악제 퓨전국악 부문 1등 상을 받게 되면 여기저기에서 연주 요청이 많이 들어올테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다보니 그럴 기회마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것 같아요.”

화양연화는 올해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가능한 많은 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화양연화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국악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한 팀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음원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편곡까지 마무리 됐고 현재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가을 즈음이면 ‘화양연화’이름의 음반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주 영상을 촬영해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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