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바이러스 퍼뜨리는 예술단체 - 아프리카 타악 그룹 ‘아냐포’
2021년 06월 01일(화) 02:00
파워풀한 리듬, 열정의 퍼포먼스 “느껴지나요”
‘다함께 연주하자’ 뜻 아냐포, 올해 9년차 중견급 예술단체
전 좌석에 젬베 배치 ‘관객 참여형 공연’ 6년 연속 전석매진

파워풀한 리듬과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아프리카 타악그룹 ‘아냐포’ 공연 모습. 팀명인 ‘아냐포’는 서아프리카 말린케 부족의 언어로 ‘다함께 연주하자’는 뜻이다. <아냐포 사진제공>

레게머리에 알록달록 컬러의 옷을 걸치고 온 몸을 장식한 액세서리가 화려하다. 얼굴에는 하얀 페인트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누군가는 인디언 추장처럼 깃털 가득한 모자를 썼다. 양손에는 나풀거리는 무언가를 든 채 날아갈 듯 춤을 추고 있는 이들.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이곳은 아프리카 타악그룹 ‘아냐포’의 공연 현장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이색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사람은 물론 보는 이들까지 땀에 흠뻑 젖게 한 ‘아냐포’의 열정 넘치는 무대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심장을 두드리는 파워풀한 리듬에 잠시 혼이 나가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6년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아프리카 리듬과 열정을 AnyaFo’ 공연. <아냐포 제공>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 그룹 ‘아냐포’는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타악 그룹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서아프리카의 전통음악인 만뎅 음악과 리듬을 기반으로 한국정서와 현대적인 감성을 접목시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단체다. 팀명인 ‘아냐포’는 서아프리카 말린케 부족의 언어로 ‘다함께 연주하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음악이라고 하면 흔히 창 들고 좌우로 흔들며 ‘우가우가’ 소리내는 모습을 떠올리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프리카는 삶 속에 음악과 춤이 있는 ‘흥으로 가득 찬’ 대륙입니다. 아프리카 음악은 블루스, 재즈, 레게, 록큰롤, 힙합에 이르기는 근현대 음악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아니기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아냐포’는 올해 9년차를 맞은 중견급의 예술단체다. 양인선(39) 대표를 중심으로 꾸려진 멤버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열정이 가득한 젊은 예술인들이다.

‘아프리카 리듬과 열정을 AnyaFo’는 관객과 함께 연주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전 좌석에 서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가 놓여 있다.
클래식 타악을 전공했던 양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아프리카를 직접 오가며 배울 정도로 음악에 흠뻑 빠졌다. 전통악기인 젬베의 울림, 북에서 나오는 리드미컬한 울림에 매료됐다는 양 대표는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팀을 결성했다.

광주에 거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멤버들은 양 대표를 포함해 9명이다. 양 대표는 음악감독 겸 젬베를 연주한다. ‘젬베’는 서아프리카에서 주로 많이 연주되고 있는 전통악기로 나무를 잘라 속을 파고 그 위에 가족을 씌워서 만든다. 장구같은 느낌이지만 두드리는 위치와 주법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멤버 이미연은 ‘두눈바’, 이복근은 ‘상박’, 김하솔은 ‘켄케니’를 연주한다. 원통형의 울림통에 두 개의 북면이 달려 있는 두눈(Dunun)은 한쪽 북면을 채로 쳐서 연주하는데, 크기에 따라 가장 큰 두눈을 두눈바(Dununba), 중간 크기의 두눈을 상반(Sangban), 작은 크기의 두눈을 켄케니(Kenkeni)라 부른다.

또 다른 멤버 박지훈은 ‘발라폰’(나무로 만든 건반 악기)을, 박승준은 ‘크린’, 황성훈은 ‘드럼’을 연주한다. 양문희씨는 안무감독 겸 무용수 역할이다. 아프리카 춤을 전문으로 하는 친구들은 많이 없기 때문에 큰 공연이 있을 때는 서울에서 객원 멤버가 합류하기도 한다. 공연 연출과 기획을 담당하는 오지영씨는 공연할 때는 관객과 소통하는 퍼실리테이터를 맡기도 한다.

처음부터 아프리카 음악을 배웠던 이들은 없었다. 국악이나 클래식에서 타악을 공부했던 전공자들로, 리듬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멤버들이다.

2013년 팀이 꾸려진 이후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오던 아냐포는 2015년 첫 작품 ‘아프리카 리듬과 열정을 AnyaFo(아냐포)’를 발표했다. 1시간20분 분량의 이 작품은 아프리카 전통 리듬과 역동적인 춤, 스토리 극으로, 각 레퍼토리마다 아프리카의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관객 전석에 악기를 세팅하고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함께 연주하고 연주자들의 리듬에 어우러져 즉흥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관객참여형 공연으로 구성했다.

“아프리카 음악이 대중적인 음악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관객 전석에 젬베를 깔아보자!’ 였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굉장히 쇼킹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오지영)

공연장에 따라 600석이든 700석이든 관객 전석에 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를 배치했다. 젬베를 구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번 해보자’였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면서 함께 연주하고 연주자와 댄서의 몸짓과 리듬으로 함께 어우러져 즉흥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음악을 즐겼던 ‘아프리카인들의 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자’한 아냐포의 기획 의도가 실현된 순간이었다.

단순히 공연을 보러온 관객을 넘어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이색적인 체험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함께’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감동도 훨씬 컸다. 팀명인 ‘다함께 연주하자’가 들어맞는 시간이었다. 그 결과 ‘아프리카 리듬과 열정을 AnyaFo’는 2015년 첫 공연부터 6년 연속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 문화공감 우수공연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2017~2018년 광주 프린지페스티벌에 야외상설 브랜드공연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연의 작품성과 대중성이 인정을 받으면서 찾는 곳도 많아졌다. 광주팀이지만 전남 전북은 물론 강원도, 경상도, 서울 등 전국을 다니며 아프리카의 리듬과 열정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2019년에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전야제 공연과 기념공연 ‘빛의 교향곡’에 참여해 아프리카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무등산 자락 전통문화관에서 펼쳐진 기념 공연은 미디어아트와 무용, 음악, 아프리카타악이 어우러져 그 어떤 공연보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었다.

올해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외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 예술여행’과 지역문화진흥원의 ‘문화가 있는 날-직장문화배달’ 활동도 함께 한다. ‘직장문화배달’은 전국에서 540개 단체가 신청해 30개가 선정됐는데 아냐포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냐포’가 추구하는 음악은 하나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으로 아프리카 음악과 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흥미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 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싶어한다. 현대음악의 뿌리인 아프리카 음악을 통해 예술과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도 하고 싶다.

“아프리카 음악은 그 어떤 공연보다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힘든 장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멤버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보니 그 에너지와 열정이 무대에서 그대로 표출이 되는 것 같아요. 관객들의 호응이 좋다보니 힘든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받기도 하거든요.”

관객들의 호응이 높을수록 연주자들의 공연도 최고가 된다. 연주자들끼리 소통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진행되는 공연은 태양의 열정처럼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들 때, 새로운 열정의 에너지를 받고 싶을 때, 아냐포 공연 소식이 들린다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보길. 연령에 상관없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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