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로 신고하라” 출동 거부한 광주소방
2022년 08월 11일(목) 20:25
초기 대응 부실로 50대 여성 골든타임 놓쳐 사망… “주취자 판단” 해명
광주소방당국이 여성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도 “112로 신고하라”고 안내해 부실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당국이 쓰러진 여성을 단순 주취자로 오인하고, 초기 대응을 부실하게 하면서 이 여성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0시 10분께 광주시 북구 운암동 골목길에서 50대 여성 A씨가 쓰러졌다는 B씨의 신고가 소방상황실로 접수됐다.

B씨의 신고에 소방은 “112로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A씨를 술에 취한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곧이어 소방당국은 경찰로부터 공조 요청을 받은 뒤 최초 신고 후 17분이 지나서야 구조대를 출동시켰다.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접수 당시 A씨는 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는 길에 쓰러졌고, 이를 지켜본 행인 B씨가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의 부실대응에 A씨가 숨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실대응 논란에 대해 광주시소방본부 측은 “ B씨의 신고 녹취록을 토대로 A씨를 주취자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B씨의 최초 신고가 ‘골목길에 A씨가 쓰러져있다’였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을 원하는지를 물어봐 달라’는 소방관의 안내에 “일어났다 다시 쓰러졌다”고 이야기해 ‘술 취한 사람의 신고’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소방관이 재차 ‘병원이송을 원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무서워서 말을 걸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해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기 전까지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아니라 단순 주취자로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 소방본부 측 설명이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20조 2항)에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해서는 구급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방당국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신고 시각이 해가 저문 심야도 아닌 토요일 오전이었다는 점에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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