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울리는 전세사기 판친다
2022년 11월 24일(목) 21:00
공인중개사·브로커와 공모, 무자본 갭투자로 400채 사기 50대 구속
208세대 480억 임대보증금 못 받는 등 1천억 피해…결국 혈세로 충당
광주·전남 6개월간 548억 피해…보증보험 대위변제 되레 악용 지적도

무자본 갭투자로 400여세대를 사들여 보증금을 가로챈 사기범으로부터 압수한 계약 관련 서류들. <광주경찰청 제공>

자신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사들인뒤 다시 전세를 놓는 일명 ‘무자본 갭투자’로 480억원대의 사기를 벌인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신혼부부나 청년들에게 매매가보다 비싸게 임차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50대 A씨를 24일 구속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대만 208세대로 피해금액은 480억원에 이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발과 경찰 수사로 일명 ‘깡통전세’ 사기가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보증금 반환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대다수 임차인이 전세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HUG부터 임대보증금을 대위변제 형식으로 돌려 받았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국민의 혈세로 때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신축 주택(빌라)을 섭외해 매매 가계약을 맺었다. 빌라는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임대를 원하는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소개 받은 A씨는 매매가격보다 비싸게 전세 임대보증금을 받고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축빌라라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 세탁기·냉장고 등 모든 가전이 완비 돼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매매가보다 임대보증금을 더 비싸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은 일명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A씨가 구매한 빌라는 총 400여 채에 달했고 이중 임차기간이 만료돼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대는 절반에 달했다.

나머지 세대의 임대차가 종료되면 총 1000억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처럼 청년·신혼부부 울리는 전세사기 공포가 광주·전남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떼이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광주·전남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6개월 동안 전세사기에 대한 특별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A씨 사건을 포함해 24일 현재까지 광주·전남 경찰이 전세사기로 검거한 사람은 8건(광주5·전남3)에 79명이다. 피해액만 총 548억여원에 달한다.

전세사기는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인(집주인)의 재산 상황·보유 주택 수·위험 정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임차인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회사가 이를 대신 지급하고, 대위변제한 보증금은 보증회사가 임대인으로부터 회수하는 HUG의 보증보험이 오히려 전세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셋값을 돌려 받을 수 있다며 매매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인을 신용불량자로 바꿔 ‘기획 파산’을 일으킨 뒤 HUG에서 전세금을 받아 가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A씨도 브로커와 공인중개사와 함께 임차인들에게 보증보험에 들면 된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세사기로 불법적인 이익을 얻고자 보증보험에 가입할수록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HUG의 대위변제액 중 20~30대 피해자 비율이 67.8%에 달했고, 대위변제액도 해마다 급증(2021년 5040억원→2022년 9월 5292억원)하고 있다.

반면 대위변제한 금액에서 회수한 금액의 비율은 2019년 이후 감소 추세다. 2019년 58.3%에서 2021년 41.9%로 감소했고, 2022년 9월 기준으로는 30.6%에 불과하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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