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의 다양한 변신…달달하고 정겨운 맛에 반하다
2023년 01월 17일(화) 00:00
남도오디세이 味路 - 해남 로컬브랜드
고구마 먹여 키운 돼지고기 활용
수제소시지, 고급요리로 재탄생
오래 구운 ‘불로구마’ 달달한 맛
‘아이스 군고구마’는 미국 등 수출
화산제과점 20년간 ‘맛있는 사랑방’
고구마 식빵·쑥 카스테라 등 인기

고구마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든 ‘애돈인’의 다양한 가공제품들.

◇땅끝애돈 영농조합법인 ‘애돈인’= 해남군 마산면의 ‘땅끝해남 식품특화단지’는 친환경 농수축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식품 제조업 단지다. 단지내 여러 기업 가운데 제법 큰 규모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땅끝애돈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육가공 공장 ‘애돈인’이다.

‘땅끝애돈’은 지난 2016년 최영림 대표가 설립한 영농조합법인이다. 건국대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타 지역 목장에서 근무하던 최 대표는 자신만의 특화된 축산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4년 고향인 경남 고성이 아닌 청정 해남으로 귀농했다. 어미 돼지 12마리로 농장을 시작한 최 대표는 사업을 키워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고구마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로 만든 발효소시지’ 브랜드인 ‘애돈인’을 개발해 성공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애돈인’ 최영림(오른쪽) 대표와 딸 희진씨.
평소 해남의 특산물을 이용해 해남 브랜드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최 대표는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제안을 받고 돼지사육농장인 ‘다우리농장’을 황토고구마분말 1호 실험농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황토고구마를 분말로 가공해 돼지 사료로 급여시키는 시험이었다. 분말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고구마를 활용하고 출하 전 45~60일간 하루 45g씩 급여했다.

6개월동안 고구마 분말을 급여하는 사양시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일반 돼지고기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3%, 칼슘 7배, 인은 10배가 높에 나오는 등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게 해남 한돈 브랜드 ‘땅끝포크’다. 일반육에 비해 돼지 특유의 냄새가 적고 육질이 연하고 기름기도 적다.

최 대표는 좋은 돼지고기로 진짜 좋은 가공제품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먹여보자는 생각으로 식품특화단지에 ‘애돈인’ 육가공장을 세웠다.

“저희는 쓰고 남은 잡육으로 소시지를 만들지 않습니다. 좋은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좋은 고기와 농산물로만 가득 채운 진짜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있어요.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우리 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돈인’에서는 다우리농장에서 직접 키운 ‘땅끝포크’만을 사용해 수제소시지와 수제 햄, 베이컨, 등갈비 등 15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소시지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전통양념 5종을 첨가한 자연발효소시지 제조 기술’을 이전받은 후 1년동안 자체적으로 실험과 연구를 한 끝에 ‘애돈인’만의 발효소시지 제조법을 확립했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풋고추, 된장, 고추장, 마늘 등 양념을 첨가해 ‘청양맛 소시지’, ‘모짜렐라 소시지’, ‘강황맛 소시지’, ‘파프리카맛 소시지’, ‘야채맛 소시지’ 등을 출시하고 있다.

‘포르게타’는 최 대표가 특별히 신경쓰는 제품 중 하나다. 무항생제 한돈 통오겹살을 돌돌 말아 오븐에서 800℃ 온도로 세시간 동안 구워내 겉껍데기는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흘러 촉촉하게 완성시켰다. 가정이나 캠핑장에서 레스토랑 못지 않은 고급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온드림푸드(주) ‘불로구마’= 황토고구마의 고장 해남에는 고구마를 직접 구워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를 굳이 사먹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있단다.

마산면 식품특화단지내 농업회사법인 온드림푸드㈜가 만드는 군고구마는 전기가 아닌 가스 불에 직접 구워 꽁꽁 얼린 ‘아이스 군고구마’다. 불에 구운 고구마라고 해서 명명한 ‘불로구마’는 올해로 출시된 지 3년차에 불과하지만 재구매가 줄을 이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온드림푸드의 ‘불로구마’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고품질의 원물에 있다. 고구마는 주로 해남과 인근 영암에서 재배되는 꿀고구마를 사용한다. 꿀고구마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의 중간 형태로, 이름처럼 당도가 높아서 꿀고구마라 불린다.

꿀고구마가 ‘불로구마’가 되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큐어링(curing)이 첫 번째다. 큐어링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뜻으로, 저장중인 고구마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상처에 유상조직을 발달시키는 조작이다.

고구마를 보관하는 적정온도는 일반적으로 13도이지만, 밭에서 막 수확해 온 고구마는 사흘간 36도의 온도에 두고 보관한다. 이 과정에서 수확할 때 생긴 상처나 병해충에 의한 상처 부위가 아물면서 저장력이 높아진다. 큐어링 한 고구마는 이듬해 8~9월까지도 변화없이 저장이 가능해진다.

“고구마는 주로 굽거나 쪄서 먹습니다. 찌는 것보다 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데 그만큼 군고구마가 더 달달해요. 고구마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화효소가 있는데 열을 가해서 전분을 당으로 변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빨리 익히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당분이 올라갑니다.”

‘불로구마’를 소개하고 있는 해남 온드림푸드 조태길 대표.
온드림푸드의 ‘불로구마’가 다른 군고구마보다 맛있는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고구마는 은은한 불에 오래 구워야 더 달고 맛이 좋기 때문에 조태길 대표는 이를 위해 ‘화염터널’식 직화구이 기계를 만들었다. 특허까지 받은 이 기계는 대량구이가 가능하다.

깨끗하게 세척한 꿀고구마를 컨베이어 위에 올리면 7m 길이의 터널을 통과하며 3단계로 나눠 구워진다. 단계별로 각각 온도와 시간을 다르게 책정시켜서 당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7m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90분이 소요된다. 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구워진 ‘불로구마’는 당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촉촉하기까지 하다.

‘불로구마’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스’ 군고구마이기 때문이다. 갓 구운 군고구마를 먹는 것도 맛있지만 차갑게 먹는 군고구마는 색다른 맛이다. 냉동시킨 아이스 군고구마는 수출도 가능해져서 현재 미국, 싱가포르 등에 꽤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다.



◇‘맛있는 사랑방’ 화산제과점&카페 화산= 해남군 화산면의 화산제과점은 20년째 한 자리에서 지역민들의 인기 간식인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과점 옆에 ‘카페 화산’을 함께 운영하면서 지역민들의 사랑방이자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빵은 노경철(58), 김숙향(53)씨 부부의 손에서 탄생한다. 단팥빵부터 소보르, 카스테라, 고구마빵, 식빵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있는 건 찹쌀도너츠와 고구마 식빵, 호박 카스테라와 쑥 카스테라다.

화산제과점 빵의 특징이라면 지역 주민들이 농사지어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다는 점이다. 화산에서 농사지은 고구마로 식빵을 만들고 바닷가 해풍을 맞고 자란 화산 쑥으로 카스테라를 만든다. 호박 카스테라 역시 지역에서 농사지은 걸로 사용하는데 주위 농사짓는 이웃들이 “호박으로 이렇게 맛있는 간식을 만든다”고 좋아하며 해마다 늙은 호박을 가져다 주곤 한다.

카페 화산에서 판매하는 음료도 유기농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들고 있다. 홍시 라떼나 고구마라떼, 도라지 스무디가 인기 메뉴다.

구수한 빵 향만 가득할 것 같은 카페 곳곳에 문화향기도 가득하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렸다는 그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화산면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 돼 있는데 미술을 전공한 이경임 교수의 재능 봉사로 김숙향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이 매주 그림을 배우고 있다. 5~6개월만에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된 주민들의 작품은 최근 주민자치회 도움을 받아 갤러리 카페로 기능을 확장한 ‘카페 화산’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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