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작가 특별전, 4월30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G,MAP
2023년 02월 07일(화) 21:05
‘책 읽는 소녀’ 등 영상·조각 전시…작가와 대화·세미나 예정

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리고 있는 이이남 작가 초대전은 유년의 기억을 통해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작품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웅장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내 삶을 통째로 바꾸었다”고. 조선대 미대 재학시절 공모전 대상 상금 300만원을 들고 떠난 유럽여행 당시 만난 마르셀 뒤상의 ‘샘’은 충격이었다. ‘모나리자’를 보고서는 “나도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 앞에서 머물게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유년시절의 기억과 작품 세계의 출발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놓다니. 마치 오페라의 ‘서곡’이나 영화의 ‘인트로’처럼 7분 분량의 영상을 다 보고 나면 궁금증을 안고, ‘이이남’이라는 미디어아티스트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그의 작품 세계에 한발 더 다가가고 싶어진다.

명화를 재해석하는 그의 작업을 말해주듯, 작가는 밀레의 ‘이삭줍기’,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 등 명화의 주인공이 돼 일남이 형과, 삼남이 동생, 고향 담양과 영산강의 추억, 늘 곁에 있었던 죽음을 통해 ‘삶은 끝없는 상실의 과정’이라 느꼈던 일상, 미디어 아트의 시작 등에 대해 들려준다.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리고 있는 이이남 작가 특별전(4월30일까지)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은 한 예술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이자, 나의 기억을 함께 소환해 자신을 비춰보는 여정이다.

1층 로비부터 전시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미술관 곳곳에 마치 숨겨놓듯 작품을 배치하는 등 3층에 걸쳐 펼쳐지는 전시는 흥미로운 레이아웃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아버지의 호주머니’
1층 ‘책 읽는 소녀, 기억의 뿌리’에서는 초등학교에 하나 쯤 있었던 ‘책 읽는 소녀’ 석고 동상을 먼저 만난 후 ‘5학년 이이남’을 찾아 과거로 여행을 시작한다. ‘80년 오월 18일 날씨 맑음’이라는 글이 쓰인 낮은 문 안으로 허리를 굽히고 들어서면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기분이 든다.

바닥에 물결치는 파도의 흔적을 건너 벽에 걸린 횃불에 시선을 주고 나면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만난다. 사면을 유리로 감싸 시각적 확장감을 주는 공간에는 42대의 선풍기가 돌아간다. 5월 당시 횃불을 든 시민들과 헬기, 42주년을 맞은 5·18을 표현한 장치다.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건 작가의 어린시절 흑백 사진, 상장, 동시대를 살았을 또래 아이들이 담긴 사진 등으로 시간 저편의 기억을 소환한다.

2층 ‘볏단에 숨은 소년’에서는 작가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의 고향 담양을 만난다. 아버지의 양복 주머니 속을 마치 캔버스처럼 활용한 동전 영상과 바닥에 놓인 수백 개의 실물 동전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오래된 나무 의자 위에 놓인 양은 도시락 속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흘러간다.

전시장 한 가운데 자리한 ‘소녀가 보고 있는 책’은 책 읽는 소녀 조각상과 나무 걸상,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 낭독회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의 일기, 기억 등 5학년의 일상과 꿈을 낭독하는 소녀는 모두가 함께 춤추고, 사랑했다고 노래하지만 정작 화면 속에서는 평화를 깨트리는 군인들의 모습과 헬리콥터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달력의 그림자’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작은 조각상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화폭에서 빠져나온 듯한 노인의 조각과 그가 마주보는 그림이 어우러진 ‘달력의 그림자’ 등이다.

3층에서 만나는 작품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는 ‘세상이 어떻게 지나가도/ 들어온 빛은 변함 없는 것/ 그것은 영원히 함께 사는 것/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라는 글귀와 함께 만난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인 ‘넬라 판타지’와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작품은 인상적이다. ‘뿌리-반디나 페에타’와 천정 위에 매달린 조각 위로 내려앉은 빛은 순식간에 전시장 넓은 공간으로 뻗어나간다. 파도와 물과 눈과, 바람과, 꽃들의 향연 속에 사방으로 흘러가는 빛은 우리를 비추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는 3월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며 4월에는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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