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광장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미디어 아트를 만날 수 있는 대형 큐브. 이수진 작가의 ‘그 너머의 공간으로의 초대’와 스튜디오 W.BABA가 제작한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이 상영중이다.

미디어아티스트 문창환 작가의 작품 ‘조립된 풍경화’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아파트 입구 대형 미디어 월(30×3.5ｍ)도 눈길을 끌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는 예술작품들이 아파트라는 생활 속 공간으로 스며들어 만들어낸 풍경이다.

계림아이파크 SK뷰에서는 지난 25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전시회, 음악회, 인문학 강연, 커피 강습 등 다양한 행사가 어우러진 ‘ON 동네방네 인문예술파티’다.

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해 동네 주민 3000여명이 함께 한 이날 행사는 삭막함, 단절,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아파트 문화가 ‘문화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고, 문화예술로 하나가 되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이파크 SK뷰 아파트는 1715세대다. 입주자들은 화정동 아이파크 참사가 야기한 문제들로 입주까지 마음의 상처가 깊었고, 예비모임 등을 통해 ‘안전’에 대한 감시 등을 지속해왔다. 입주 후에는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문화·예술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발품을 팔며 각계각층에 도움을 요청했다.

25일 계림아이파크 SK뷰에서 열린 ‘ON 동네방네 인문예술파티’.

주민들의 제안에 공무원, 각 분야 전문가들이 화답해 TF팀이 만들어졌고 매주 모임을 통해 프로그램을 고민, ‘광주아트리빙기획단’이 꾸려져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들은 사람들의 주 삶터인 아파트가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길 바랬고, 이런 분위기가 광주 전역의 아파트로 퍼져나가길 기대하는 마음에 재능기부로 힘을 보탰다.

아파트 안에는 독특하게 미술관이 있다. ‘할아버지의 콜렉션’(4월30일까지)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광주시 동구 주민인 윤효춘씨가 평생 수집한 작품 190여점 중 주민 도슨트 12명이 고른 6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오승우·오승윤·강연균·황영성·하철경·한희원·김평준·김종일·조윤성 작가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감사’를 주제로 송준용 교수의 인문학 강의가 열렸으며 클래식, 대중가요, 크로스오버 앙상블 연주가 어우러진 ‘봄의 왈츠 콘서트-행복한 마을’도 개최됐다. 그밖에 동명동 커피집 ‘물고기’ 김현오 대표가 진행한 드립커피 강의와 시연도 마련됐으며 동구 주민들이 참여해 ‘ON 동네방네 안에 피어오른 봄’을 주제로 열렸던 시 백일장 시상식도 열렸다.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주민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4월13일에는 이번 행사에서 캐릭터를 제공한 스튜디오 W.BABA 캐릭터 입주식을 진행하며 5월 문화축제, 크리스마스 축제 등 지속적으로 행사를 이어간다.

또 미술관을 활발히 운영하고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과 연계해 미디어월 등에서 꾸준히 미디어아트 작품도 상영할 계획이다.

강채훈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처음 하는 일이라 모두가 힘들기는 했지만 입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저희 아파트 행사가 좋은 선례가 돼 다른 아파트에서도 문화예술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자리하는 새로운 아파트문화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