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들은 심리적, 정서적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분비계의 이상을 비롯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임신과 난임을 두고 생긴 갈등은 부부간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주변 사회 관계망과의 단절 등 여러 가지 악순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난임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난임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여태껏 다양한 난임 부부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보고 들어왔지만, 아직도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모두 가늠하기는 어렵다. 자녀를 원하는 난임 부부들은 언젠가는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매번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온다. 아이가 있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목표가 아무리 확실해도, 임신에 계속 실패하는 부부는 상실감과 절망감이 커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장기간 반복되면 상당수의 부부들은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부 간에 돌이키기 어려운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1년여 전부터 상담을 해 온 한 부부의 사례를 들고자 한다. 32세의 동갑나기로 비교적 젊은 부부였다. 어느 날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3년 동안 임신 시도를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짧은 상담 시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부부가 모두 심적 불안감과 심한 상실함에 빠져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부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을 진단 받은 탓에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임신 소식을 듣는 것마저 힘들어 할 정도로 심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

‘원인불명의 난임’이란 여성의 배란이 잘 될 뿐만 아니라 부부의 난임 관련 검사 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사실 ‘원인불명의 난임’의 기전에 대해서는 난자 성숙 장애, 난자·정자의 질 저하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이와 연계된 스트레스와 난임의 과학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연구 결과와 상담 경험을 토대로 환자분들에게 심리적 안정이 난임 치료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이 난임 부부에게 임상적 치료 뿐만 아니라 명상,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휴식 등의 스트레스 완화 방법을 안내하며 정부·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심리치료 제도를 꾸준히 소개했다. 또한 부부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필자도 함께 원팀이 되어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실제로 이 부부는 6개월 후 그토록 기다리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수개월 동안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형성한 것이 어느 정도까지 도움이 됐는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긍정적인 작용을 했음은 확실하다.

현재도 필자는 많은 난임 부부들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수록 그에 따른 자가 조절력이 향상되고, 이로 인해 치료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난임 전문병원에서의 치료는 기본이지만 거기에 더해 난임 부부들은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시엘병원에서는 난임 부부들이 조금이라도 더 원만하게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안내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난임 부부들에게 한층 체계적인 심리 교육과 자원을 제공해 이들이 정서적, 신체적 건강을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