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고대 문명에서는 도구를 사용해 상처를 닦고 치료하는 등 원시적인 수술이 이루어졌다. 주로 단순한 상처 처리와 기초적인 치료에 그쳤으며 수술의 위험성이 높고 통증도 심했다. 19세기 들어 마취제와 항생제가 발명되면서 수술의 진보에 큰 역할을 했다. 마취제는 수술 중 통증을, 항생제는 수술 후 감염 위험을 줄여줬다.

이에 따라 수술의 안전성이 높아졌고 수술이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이후 고해상도 카메라, 실시간 이미지 전송 시스템, 수술 도구 등이 기술적으로 개선되면서 개복 수술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해졌다. 복강경 수술은 수술 부위 손상이 적어 회복 기간이 짧고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전통적인 개복 수술을 빠르게 대체했다.

현대에 와서는 로봇 수술 시대로 진입했다. 복강경 수술은 최첨단 로봇 수술 시스템과 결합해 수술의 정밀성과 안전성이 한 단계 더 향상됐다. 로봇 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월등히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며, 의사의 손과 손목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고 손 떨림을 보정할 수 있어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서는 할 수 없었거나 하기 힘든 동작도 아주 쉽게 가능해졌다.

‘로봇’이라는 용어 때문에 종종 의사가 아닌 로봇이 직접 수술을 실시한다고 오해하곤 하는데, 로봇 수술은 의사가 콘솔(Console)을 통해 환자의 인체 내 삽입된 로봇 팔(수술기구)을 원거리에서 조종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환자 옆에는 의사가 아닌 로봇이 서 있으며 의사는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기계에 앉아 3차원으로 제공되는 영상을 보면서 원하는 대로 로봇 팔을 움직이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술을 담당하는 로봇은 여러 안전장치가 있어 수술 중 환자에게 해가 되는 동작을 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환자 옆에는 조수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어 시술자가 조종하는 로봇을 돕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로봇을 통해 시술자는 더욱 확대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로봇 수술은 매우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방광 및 전립선 수술과 부인과 수술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엔 그 영역이 점차 확대돼 복강 내 위암, 대장암 수술에도 적용되고 있고 간담도계, 갑상선 수술 등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최신 로봇 수술이라 할지라도 한계와 단점 역시 존재한다. 로봇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수술은 집도하는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집도 의사의 역량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로봇은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지만 촉각의 전달은 미흡하기 때문에 집도 의사는 수술 중 직접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알 수 없다. 또 한정된 수술 공간에 로봇 팔 여러개를 장착해야 하므로 수술 중 옆에 있는 로봇 팔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도 의사는 로봇 수술 경험뿐만 아니라 개복수술 및 복강경 수술 경험과 이해를 갖춰야 비로소 로봇 수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의 집도 의사는 환자 옆이 아닌 멀리 떨어진 로봇 콘솔에 앉아 수술을 진행하므로 보조의사와 간호사가 필수적이며 집도 의사뿐만 아니라 이들의 역량도 보다 중요해졌다. 로봇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집도 의사에게 전달하고 집도 의사를 대신해 수술에 참여해야 하므로 집도 의사와 함께 수술을 위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