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순천에 길을 묻다] 정원도시 순천 성공 비결은…내 정원 살피 듯 가꾸는 마음
2024년 05월 06일(월) 18:50
주민 참여로 조성…모두가 주인인 정원
마을 호텔·셰어하우스 등 공유시설 조성
순천만과 연계 도심 전체 정원화 집중
AI 등 결합 매년 새로운 테마로 탈바꿈

지난 4월부터 재개장한 순천만국가정원. 생태·정원 도시 순천을 배우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을 갖추고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정원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생태·정원도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는 순천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정원마을 배우자” 전국에서 찾는 ‘비타민 저전골’= 순천만국가정원보다 더 재미있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소식에 찾아간 곳. 순천시 저전동 정원마을이다. 구석진 골목, 집앞, 도로변, 학교 운동장, 공터 등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고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골목이며 도로가 깨끗하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정원이 주민들의 참여로 조성됐다는 점. 소유의 개념이 없기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집 앞 정원의 꽃과 식물에 물을 주고 잡초가 자라면 가던 길을 멈추고 풀 뽑기에 나선다. 집집마다 담벼락을 허물고 이웃들에게 정원을 개방할 만큼 마을공동체가 활성화 되어 있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주민들의 표정 또한 봄 햇살만큼이나 밝다.

“정원마을의 성공 여부는 주민 참여에 달려 있습니다. 관(官)이 주도해서 진행할 때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리 주체가 소홀해지지요. 주민들 스스로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삶에 녹아든다고 할까요. 나의 정원이 너의 정원이 되고 우리의 정원이 된다면 정원마을 조성은 어디에서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전골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강철 사무국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정원을 품은 비타민 저전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저전동에 변화가 일어난 건 5년 전부터다. 주민의 60%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인데다가 신도시 및 택지개발에 따른 인구 유출로 20여 년간 침체돼 있던 마을이 2018~2022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주거환경 및 거리경관 개선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다. 어둡고 생기가 없던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빈 집을 리모델링 해 마을호텔과 청년셰어하우스, 나눔터, 마실터 등 공유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순천만국가정원 '유미의 정원'.
이 과정에서 주민협의체가 뜻을 모아 시작한 게 ‘정원마을’이었다. 저전골에는 현재 43개의 정원이 조성돼 있다. 개방형 정원 8개소를 포함해 작은 규모의 정원들, 자기 집 담장을 허물고 공유할 수 있는 정원 등 각각의 특색을 갖춘 정원들이다. 쓰레기가 방치됐던 담벼락 귀퉁이나 잡풀이 무성했던 마을 공터, 높게 쌓아올려 삭막했던 시멘트 가림막 앞에도 아기자기한 정원이 생겨났다. ‘빗물 가로정원’, ‘숲 먹거리 정원’, ‘한평 정원’, ‘골목정원’, ‘건강정원’, 세모 정원‘, 이웃사촌 정원’, 오월의 정원‘ 등 정원마다 이름도 정겹다.

마을정원 가꾸기는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끝나면서 구성된 단체로, 사업이 진행됐던 3·4통 뿐만 아니라 저전동 전체를 대상으로 마을꾸미기를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건 정원을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게 더 힘들다는 겁니다. 벤치마킹을 위해 마을을 찾아오신 많은 분들이 하는 얘기에요. 예산이 투입될 때는 괜찮은 데 어느 순간 2~3년 지나보면 예산이 끊기거나 관심이 사라지면서 ‘이걸 왜 만들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는 거죠. 저희는 정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어요.”

관리 주체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마을 조합을 구성했고, 조합에서 벌어들인 일정 수익을 통해 공용 수도꼭지 조성, 정원수·묘목 구입, 부산물 정리 등에 사용한다. 많은 정원이 있지만 정원마다 관리자가 별도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마을 주민 모두가 관리자이기 때문이다.

저전골 마을정원이 생긴 이후 저전동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공동체 회복이다. 주민들은 ‘동네가 예뻐졌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게 공동체 회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누군가는 앉아서 풀을 뽑고 있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주민이 있으면 이웃주민들이 함께 정원을 관리해주는 등 이웃간의 친밀도가 높아졌다.

마을이 깨끗해지고 활성화 되다 보니 빈집이 사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을에 들어오고 싶어 대기하는 이들이 생겼을 정도다.

“저전동 마을 정원은 한 곳에 몰려있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날을 정해 ‘관리하러 갑시다’ 해서 관리하는 정원이 아니라 주민 한두명이 일상적으로 집 앞 정원을 살펴보듯이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한 번 더’, ‘내가 하루 더’ 이런 마음인거죠. 타 지자체에서도 그 점을 높게 평가하는 거구요.”

정원마을 비타민 저전골의 기억정원.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생태도시’, ‘녹색도시’, ‘정원도시’ 순천에 전국 지자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원도시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한 이들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자치단체 200여 곳을 포함해 기관·단체 510곳이 도심 속 정원을 배우기 위해 순천을 찾았다.

지난해 개최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성공적인 국제행사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축제가 열린 7개월동안 98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순천을 찾았다. 단순히 방문객 수만으로 이뤄진 평가는 아니다. 정원박람회를 치르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랜 시간 함께 준비한 공이 컸다.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과 연계해 도심 전체를 정원화 하는데 집중했다.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를 위해 순천만 전봇대 282개를 뽑고, 홍수 조절 기능을 하던 저류지를 오천그린광장으로 바꾸고, 아스팔트 도로를 막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린아일랜드로 탈바꿈 시켰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생태계 파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깨고 생태계와의 공존을 결정한 순천시의 선택은 탁월했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됐고 오천그린광장은 산림청이 주관한 ‘2023 녹색도시 우수사례’ 우수상을 수상했다. 마로니에 숲, 어싱길, 잔디밭이 어우러진 오천그린광장은 도시 생태계 기능을 회복시키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정원도시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이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4월1일 재개장했다. 새로 선보인 국가정원은 생태도시 본연의 모습을 살리면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애니메이션 요소를 결합해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을 표방한다.

새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한 순천만국가정원은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을 표방한다.
서문 에코지오 온실과 배수로는 ‘스페이스 허브’로 거듭나고 기존 ‘꿈의 다리’는 미디어 연출을 통해 우주와 정원을 잇는 ‘스페이스 브릿지’로 재탄생시켰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아름다움에 반한 우주인이 정원에 착륙’하는 콘셉트로 우주선이 내려앉는 모습을 연출했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공원인 키즈가든과 노을정원은 인기 애니메이션 ‘두다다쿵’ 캐릭터 친구들이 배치돼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인기몰이다. 스탬프 투어 ‘작은 정원사의 보험’, 웹툰과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유미의 세포들’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함께하는 ‘유미의 정원’, 체험형 실감 콘텐츠를 도입한 ‘시크릿 어드벤터’ 등에도 평일 많은 관람객이 찾는 장소가 되고 있다. 전문해설사와 함께 국가정원과 동천의 야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나이트 가든 투어’도 방문객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운영되며, 야간 개장은 오후 7시부터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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