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5·18기념재단 잘 몰라”…역할·위상 재점검 필요
2024년 05월 15일(수) 19:25
5·18 자랑스런 한국의 역사
3. 5·18기념재단 30주년
<중> 창설정신 되살려야
전승사업·왜곡 대응 잘하고 있어
내홍 겪는 오월단체 중재 못해
진상조사위 부실 조사 대응 미흡
젊은 세대 체감할 기념사업 절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14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주먹밥 조형물 앞에서 오월어머니들과 시장 상인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올해 5·18기념재단(재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았지만, 재단의 역할에 대한 광주·전남 지역민의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민들은 재단이 매너리즘에 빠져 정체성과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은 지난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전남 각계각층(5·18유공자, 학생, 일반인, 재단관계자, 지역 법조인, 시민사회관계자)110명을 대상으로 ‘5·18기념재단 창립 30주년 설문조사 ’를 진행했다.

지역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을 대부분 알고 있는 것(96.4%)에 반해 재단에 대한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재단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역할까지 알고 있다고 응답한 지역민은 27.3%에 그쳤다. 대부분(48.2%) 재단의 존재는 알고 있으나 역할을 알고 있지 못했다. 재단 이름만 알고 있다는 답변도 20%에 달하고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고 답한 이들은 4.5%나 됐다.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재단의 역할은 전승 및 기념사업(68.2%)이 가장 높았고 진상규명(66.4%)과 왜곡 및 폄훼 대응(61.8%), 피해자 명예회복(48.2%) 등 순으로 나타났다.

1994년 재단 창립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배상 및 보상, 기념사업 등 5대 과제가 30년이 지나도 여전한 숙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30년간 5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지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지역민들은 재단이 잘하고 있는 과제로는 전승사업(57.8%)과 왜곡 폄훼 대응 사업(37.3%) 순으로 꼽았다.

5·18 교육활동가 양성, 오월교육정책 연구, 5·18교육콘텐츠 개발과 지원, 오월지기 양성, 청소년·시민문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효과를 보고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못하고 있는 역할로는 ‘5월 공법 3단체(5·18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 중재’(40%)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이는 재단의 역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은 오월단체의 내홍에 대한 극심한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계엄군을 용서하는 내용을 담은 오월단체의 2·19선언으로 촉발한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의 갈등에서 재단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

5대 과제 중 재단의 미습한 역할은 책임자처벌(38.2%), 진상규명(30.9%), 명예회복(20.9%), 기념사업(20.9%), 배상 및 보상(12.7%) 순으로 집계됐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부족과 관련, 40여년만의 진상조사에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진상 조사 초기부터 일부 언론에서 조사의 문제점들이 지적했음에도 적극 대응하지 않은 탓에 부실한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념 사업에서는 5·18행사의 주체가 재단이 되지 못한 점이 거론됐다.

5·18 행사위는 1993년 출범해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재단, 오월단체가 주도적으로 5·18전야제와 각종 기념행사를 운영해왔다. 재단이 행사를 총괄하는 주체의 역할이 아닌 행사위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어 그동안의 행사가 통일성이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재단이 5·18 기념행사를 잘 치르고 있냐’는 질문에 잘 치르고 있다는 답변이 44.5%로 나타났지만 ‘행사는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기념행사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각각 37.3%, 18.2%로 집계됐다. 행사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 ‘시민적 공감과 호응을 이끌지 못한다’, ‘젊은 세대 감성을 찾을 수 없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재단의 역할로는 ‘행사 개최에 재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행사위원회를 없애고 재단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재단의 미흡한 역할로 왜곡 및 폄훼 대응이라는 응답이 32.7%나 나온 것이 주목된다. 잘한 점과 미비점으로 동시에 선택됐기 때문이다.

미비점으로 지적한 이유로는 예산과 전문조직이 없어 관행적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왜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꼽혔다.

일부 지역민들은 왜곡을 막기 위해 더욱 홍보에 전념하고 강력한 항의와 법적 대응 및 꾸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념재단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역민들은 “젊은 세대에게 5·18 정신을 알리고 오월정신이 역사책 한 구절로 잊혀지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재단의 존재 당위성과 역할을 키워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체감하고 느낄수 있는 기념사업 구성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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