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예술극장 자문위’에 거는 기대
2024년 05월 22일(수) 07:00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자리한 LG아트센터는 공연계에서 인색(?)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대다수 문화예술기관들이 발행하고 있는 초대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내돈내산’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공연에 흠뻑 취하고 이런 열띤 분위기에 고무된 아티스트는 감동적인 무대로 화답한다.

공연계의 부러움을 샀던 LG아트센터는 20년의 강남구 역삼동 시대를 끝내고 2년 전 지금의 자리로 둥지를 옮겼다. 역삼동의 공연장이 스케일이 큰 대형 오페라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탄탄한 고객층과 색깔있는 콘텐츠로 입지를 굳힌 만큼 ‘마곡동 이전 계획’이 발표됐을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0월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문을 연 LG아트센터는 보란듯이 개관 1년 동안 총 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쾌거를 거뒀다. 기존 역삼동 아트센터의 연평균 관객 20만5000명 보다 40% 이상 많은 성적이다. 특히 개관기념공연으로 기획한 ‘사이먼 래틀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티켓은 40초만에 전석매진됐다.

대전광역시에도 LG 부럽지 않은 공연장이 있다. 중부권의 ‘넘버원’ 무대로 꼽히는 대전예술의전당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등이 들어서 있는 둔산대공원내에 위치해 낮에는 미술관, 밤에는 예술의전당을 찾는 시민들로 연중 북적인다. 특히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작품들을 기획해 클래식 애호가들사이에 ‘믿듣보’(믿고 듣고 보는) 공연장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여기에는 퀄리티 높은 시설의 공이 크다. 대극장인 아트홀(1546석)은 120명의 단원을 수용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피트와 좌석간 거리가 1m, 최대 5.7°까지 기울어져 무대의 감동이 객석으로 생생히 전해진다. 뉴욕필 하모니 오케스트라,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BBC 필하모니 등 콧대 높기로 소문난 ‘귀하신 몸’들이 서울 보다 대전을 먼저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광주시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걸맞은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위한 ‘전문예술극장 건립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전문예술극장은 오페라·뮤지컬 등의 장르를 수용하는 차별화된 공연장으로, 문화예술·건축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기간 사업 대상지 선정, 공연 장르, 운영 방식 등을 논의하게 된다.

시가 전문예술극장건립을 추켜들게 된 것은 지난해 29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한 광주예술의전당이 다목적 공연장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90년 대 이후 들어선 국내 아트센터들이 오페라, 뮤지컬 등 장르에 맞는 전용홀로 지어진데 반해 1985년 건립된 광주예술의전당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다목적’ 이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장르도 100%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2년 6개월의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고난이도의 무대연출이 필요한 오페라 등을 ‘구현’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르별 전문예술극장은 시대의 대세다. 하지만 건립 비용에서부터 콘텐츠, 운영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촘촘한 로드맵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잘 만든 아트센터는 도시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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