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9월 04일(수) 22:30 가가
오래 전 보성 출신 김은성 작가가 희곡을 쓴 연극 ‘함익’을 만났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재해석한 이 작품에는 12세기 덴마크의 왕자 대신, 대한민국의 재벌 2세이자 대학교수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함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극 중에서 그가 또 한 명의 중요 인물인 자신의 분신과 주고 받는 대사를 들을 땐 마치 불완전한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는 느낌이 들어 움찔하곤 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데 올해는 유난히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팔순이 넘은 전무송·박정자 등 노배우들의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준 신시컴퍼니의 ‘햄릿’이 있었고, 국립극단의 ‘햄릿’에는 왕자 대신 공주 햄릿과 남자 오필리어가 무대에 섰다. 10월에는 배우 조승우가 예술의 전당이 제작한 ‘햄릿’으로 24년만에 연극에 도전한다.
최근 국내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셰익스피어 전집’(전 10권·5824쪽)을 완간했다는 소식이다. 민음사는 2014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전집을 기획했는데 전집의 특징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특징인 운문을 그대로 살린 번역이라는 점이다.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은 내면의 변화가 다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그런 순간이 오는데, 그걸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인생을, 자기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얼마전 셰익스피어 작품을 함께 읽는 화순군청 공무원들의 모임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취재한 적이 있다. 매달 두 차례씩 모여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읽고 연극 ‘맥베스’를 관람한 그들도 어쩌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고전 읽기 책 ‘금빛 종소리’에서 김하나 작가는 마흔이 넘었다면 어느 짙은 밤 위스키 한잔을 앞에 두고 ‘맥베스’를 (다시)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가을, 셰익스피어를 펼쳐들고 “통째로 수많은 인생을 삼킨 것 같은 글”을 만난다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눈을 가질 수 있을까.
/mekim@kwangju.co.kr
최근 국내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셰익스피어 전집’(전 10권·5824쪽)을 완간했다는 소식이다. 민음사는 2014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전집을 기획했는데 전집의 특징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특징인 운문을 그대로 살린 번역이라는 점이다.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은 내면의 변화가 다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그런 순간이 오는데, 그걸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인생을, 자기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