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사용 설명서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9월 09일(월) 22:00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정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풍경이 떠올라야 할 날인데, 올해는 벌써 걱정이 앞선다. 예전과 같이 즐기기에는 힘든 추석,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면 ‘추석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챙겨둘 필요가 있다.

우선, 추석을 앞두고 만나는 친구·직장상사·동료·거래처에 전하는 인사말로는 ‘아프지 마세요’가 올해 트렌드로 꼽힌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덕담에 이어 ‘병원 갈 일 만들지 마세요’라는 인사말을 잊지 않는 센스가 필요하다. 만만한 날씨 얘기도 좋다. 불황이라 직장도, 장사도, 사업도 안 풀리는데, 괜히 “잘 살지?”라고 묻는다거나 목소리 커질 지 모르는 정치 얘기를 꺼내지 않는 건 기본이다.

추석 연휴, 병원을 이용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급실이 축소 운영되거나 ‘응급실 뺑뺑이’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SNS에 떠돌고 있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이자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인 인요한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해놓자. 인 의원은 의사로 최근 추정되는 이에게 특정 환자의 수술을 부탁한 정황이 담긴 문자까지 공개됐는데, 설마 국회의원이 국민을 모른 척 하겠는가. 눈치 빠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벌써 ‘급하면 써먹어야 한다, 저장해놓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지호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도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국민 여러분은 인 의원에게 의료 상담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지켰으면 한다”며 인 의원 명함을 SNS에 공개한 바 있다.

그래도 응급실 이용이 어렵다면 전세기를 타고 가 치료받는 방법도 염두에 두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들이 다 떠나면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환자들을 다 데리고 가 치료받게 해주겠다”고 했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줄 수 있고’, ‘직무와 관련 있는 공직자라도 30만원짜리 농수산물도 줄 수 있다’는 카드뉴스를 챙겨볼 꼼꼼함을 갖췄다면 명절을 앞두고 선물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테다. 마지막으로 다음 한가위엔 이런 고민 제발 하지 않기를 달님에게 비는 것, 잊지 말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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