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로 금혼식 치르니 옛 생각납니다”
2024년 11월 18일(월) 00:00
광주 남구 사직동 금혼식 전통혼례 재현 눈길
주민 추천 다섯 쌍, 신랑은 사모관대하고 신부는 연지곤지 찍고
팝페라·취타대 공연도…전통문화 가치·가족 공동체 의미 되새겨

전통혼례 금혼식이 지난 16일 광주시 남구 사직동 사직골 생활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금혼식(金婚式)이 전통혼례로 재현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찾은 광주시 남구 사직골 생활문화센터는 혼례를 올리기 전 혼례청의 분위기를 북돋는 풍물 길놀이와 퓨전 국악 공연으로 흥겨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전통을 잇는 서약, 황혼을 물들이다’ 주제로 열린 이날 금혼식은 남구 사직동이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가치와 가족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금혼식의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추천해 선정된 박판용(82)·이연순(75), 최봉수(72)·황정례(73), 김재갑(74)·임정숙(66), 김우영(87)·김병자(88), 김권진(86)·정공순(77)씨 등 결혼한 지 50주년 전후를 맞은 다섯 부부다.

금혼식은 사직동 마을 주민과 외국인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향교 송우상 부전교의 집례로 진행됐다. 행사가 시작되자 활옷을 입고 화관을 쓰고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 청색 단령을 입고 사모를 쓴 신랑이 떨리는 모습으로 입장했다. 이어 신랑과 신부가 처음 만나 맞절로 인사하는 교배례, 술잔과 표주박에 각각 술을 부어 마시는 합근례, 전통 혼례 인증서 수여, 서로에 대한 감사 편지, 꽃다발 증정과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금혼식 전통혼례를 치르는 남구 주민 김재식·임정숙 부부.
김재식·임정숙 부부는 “전통혼례를 해 보고 싶었다”며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을 주민들 덕분에 다시 한 번 결혼식을 할 수 있어 새롭고 뜻깊었다”고 말했다. 결혼 64주년을 맞이한 김우영·김병자 부부는 쑥스러운 듯 서로를 잘 쳐다보지 못했지만,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울컥한 목소리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최봉수씨는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우리 황정례님 감사합니다. 사랑해!”라고 외쳤다. 황 씨는 “당신이 있기에 우리 삼남매가 잘 자랐다. 가정을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박판용·이연순 부부는 서로 55년동안 함께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줘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이 씨는 첫사랑 고백을 받은 것처럼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김권진·정공순 부부는 “60년 전 결혼식 생각이 생생한데 벌써 세월이 흘렀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앞으로 더 웃고 살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통혼례 금혼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친 남구 사직동 도시재생 주민동아리 ‘취타대’
식 진행 후 팝페라, 사자춤, 선비춤 등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또 사직동 도시재생 주민동아리 취타대 공연도 함께 펼쳐져 금혼식의 축하 분위기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함께하는 이 마음 잊지 말고, 앞으로의 날들이 가을처럼 잘 익어가길 다짐했다. 전통 혼례식으로 부부의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 한 번 새기는 시간이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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