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2월 02일(월) 22:00 가가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옥현진 광주대교구장(대주교)을 비롯, 천주교 사제 1466명이 참여한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 내용 일부다. 전국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는 지난 10월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잇따라 시국선언문이 발표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전남대(107명)·목포대(83명)·조선대(196명) 교수·연구자들도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에 위치한 경북대, 안동대에서도 시국선언문을 냈다.
대학교수 시국선언은 우리 현대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60년 4월 25일 대학 교수 258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은 대표적이다. 교수 시국선언 이틀 뒤인 4월 27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1986년 고려대 교수(28명)들의 시국선언은 전국 29개 대학 785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시국선언으로 이어졌고 1987년 6월 항쟁의 물꼬를 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빠지지 않았다. 시인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정(正)과 사(邪)가, 의(義)와 불의(不義)가 뒤죽박죽이된 세상을 백성 앞에 분명히 흑백을 가려줄 사람이 누군가. 지성인을 두고 이 일을 능히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하지 않았나.
최근엔 시국선언 만큼 선언문 내용도 관심을 받는다. ‘텍스트힙’(text-hip)이 유행하면서다. 시국선언문 중 공감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텍스트힙은 글을 다루는 게 멋있고 개성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하거나(경희대),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연세대) 등은 ‘울림’을 준다는 반응이 많다.
잘못된 일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끊기질 않는데, 언제까지 외면하고 버틸 수 있다고 보는가.
/dok2000@kwangju.co.kr
옥현진 광주대교구장(대주교)을 비롯, 천주교 사제 1466명이 참여한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 내용 일부다. 전국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는 지난 10월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잇따라 시국선언문이 발표되고 있다.
대학교수 시국선언은 우리 현대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60년 4월 25일 대학 교수 258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은 대표적이다. 교수 시국선언 이틀 뒤인 4월 27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1986년 고려대 교수(28명)들의 시국선언은 전국 29개 대학 785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시국선언으로 이어졌고 1987년 6월 항쟁의 물꼬를 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빠지지 않았다. 시인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정(正)과 사(邪)가, 의(義)와 불의(不義)가 뒤죽박죽이된 세상을 백성 앞에 분명히 흑백을 가려줄 사람이 누군가. 지성인을 두고 이 일을 능히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하지 않았나.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