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정국- 최 영 태 전남대 명예교수
2024년 12월 04일(수) 00:00
2022년 3월 초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때 찍을 후보가 없다고 한탄한 국민들이 많았다. 다른 대선 때라고 그런 말이 안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2022년 대선 때 특별히 그랬다.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고 평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2022년 대통령 선거가 헝클어지기 시작한 것은 현직 검찰총장 윤석열이 바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면서부터였다. 나라를 이끌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단순히 반문재인 정서와 반짝인기를 무기 삼아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사실상 안개 정국의 국면에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후보의 대항마였던 이재명 후보도 선명한 후보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와 성남 시장과 경기 지사를 지내면서 보여준 리더십으로 열성 지지자를 확보했지만, 몇 가지 스캔들과 고소·고발 사건 등은 그의 미래와 대한민국 정국에 어두운 그림자임이 틀림없었다.

대선에서 승자가 된 윤석열이 행정부를 지배했고 패자가 된 이재명은 국회를 지배했다. 검사 출신 윤석열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법대로’라는 이름 아래 경쟁자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고, 그 결과는 여야의 극한대립이었다. 준비가 안 된 그의 대통령직 수행은 민생 파탄, 민주주의 후퇴, 그리고 평화의 위협으로 특징된다. ‘잘 한다’는 평가가 20% 미만으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는 그가 국민에게 이미 심리적 탄핵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과 진보진영은 이 심리적 탄핵을 법적 탄핵과 퇴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반은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과 임기를 지키게 하려는 세력 사이의 극한 대결 국면이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표의 앞길도 자욱한 안개로 덮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1심에서 유·무죄를 각각 선고받은 두 개의 최종 재판 결과는 누구도 점치기 어려운 상태이다. 두 사건 모두 2심과 대법원에서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대선 전에 최종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것이다.

윤석열 진영과 이재명 진영 모두 자신들 앞에 높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폄하하는 ‘악마화 정치’를 선호한다. 그 결과는 뻔하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국가의 중대사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과 국론 분열만 남겼다. 대한민국호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국정쇄신이고 다른 하나는 개헌이다. 국정쇄신은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고, 개헌은 잘하면 그에게 7공화국 산파의 주역이라는 업적을 안겨줄 수 있는 매력적 요소이다. 현시점에서 국민 다수는 대통령제 유지, 4년 중임제, 대통령 권력분산, 선거법 개정 등을 선호한다. 윤 대통령이 이런 여론을 수렴하고, 거기에 덧붙여 비록 실현 가능성은 약하지만, 자신의 임기를 1년 단축하여 7공화국 탄생에 솔선수범하겠다고 선언하면 안개 정국에 큰 전환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자신들 앞에 놓인 시야 제로의 상황을 타개 또는 완화해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1979년 5월 말, 연금 상태에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평생의 경쟁자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행한 발언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김(영삼) 총재와 나를 라이벌로 보지 마십시오. 나라가 잘되려면 여러 인물이 커야 합니다. 내가 민주 회복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고, 김 총재가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아니 제2, 제3의 김대중이와 김 총재가 필요합니다. 이래서 하나가 쓰러지고, 하나가 병들더라도 올바른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1945년 해방부터 1987년 6월항쟁 때까지 대한민국 역사는 1789년부터 1871년까지의 프랑스 역사처럼 많은 투쟁과 피를 요구받았다. 반면 1987년 이후의 역사는 영국 역사처럼 점진적·민주적·평화적 발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2024년의 안개 정국을 잘 돌파하여 점진적·민주적·평화적 발전의 역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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