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아이들 마음 어루만지는 할머니 되고파”
2024년 12월 09일(월) 08:30 가가
‘이야기 할머니’ 졸업하는 공혜리씨
8년간 활동하며 유치원 등서 선현 미담·전래동화 들려줘
“무릎 교육으로 추억 선사…내년에도 이야기 할머니 도전”
8년간 활동하며 유치원 등서 선현 미담·전래동화 들려줘
“무릎 교육으로 추억 선사…내년에도 이야기 할머니 도전”
“하나 둘 셋 넷 이야기 시작! 우리 모두 신나게 잘 들어보아요. 귀는 쫑긋 눈은 반짝 준비됐나요? 하나 둘 셋 넷 출발합니다. 빵빵!”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이야기 시작을 알리는 노래를 부른 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운영, 56세부터 74세 여성이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할머니’다. 2009년 시작해 현재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전국에서 활동하며 인기가 높다.
공혜리(66·광주시 북구 두암동)씨는 지난 2016년부터 ‘이야기할머니’로 활동중이다. 일주일에 3차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선현 미담과 전래동화를 들려준다. 우리 지역 이야기 2편을 포함해 1년 동안 총 36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그는 올해 KBS광주 라디오에도 출연해 이야기 한 편씩을 들려주는 경험도 했다. 8년차 이야기할머니인 그는 이번 주 활동을 끝으로 졸업을 한다.
“그동안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정말 컸어요. 제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랑스럽고 빛나는 눈을 보며 참 행복했고요. 특히 산만하고 경계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며 제 이야기에 집중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자녀를 키우며 주부로만 살았던 공 씨는 유치원 교사인 딸의 추천으로 이야기할머니에 도전했다.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방학을 보냈던 그는 할머니가 들려준 ‘혹부리 영감’,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서웠지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할머니 옆에 꼭 붙어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은 포근하고 따뜻했다. ‘무릎 교육을 되살리자’는 목표에 크게 공감한 그는 아이들도 자신과 같은 추억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이야기를 준비할 때는 쉽지 않았다. 면접과 시험을 본 것도 굉장한 도전이었다. 합격 후에도 1년 동안 구연 방법, 아동 심리학 등을 배우며 시연을 통과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
“책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거라 다 외워야 하는 부담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교안 전체를 다 녹음해서 외우느라 힘들었어요. 하지만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이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어요.”
50대 후반에 활동을 시작한 그는 할머니 호칭이 어색했다고 회상했다. 일을 하면서 자녀가 결혼하고 손주가 생겼고, 이제는 ‘할머니’라고 불리는 건 세상에 더할 수 없는 축복이 됐다.
“이야기의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의 정서를 만져주는 일이에요.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콘텐츠들이 폭력적이라 안타깝습니다. 전래동화와 선현 미담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재치와 지혜가 가득하고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해요.”
유치원 특별활동 중 ‘이야기할머니’가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을 때, 스승의 날 삐뚤삐뚤한 글씨로 써준 아이들의 종이꽃 편지를 받았을 때, 길에서 만난 아이가 안기면서 자신의 엄마에게 “우리 이야기할머니야”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때 등 감동과 보람을 느낀 일은 너무나 많았다.
이야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도 이야기할머니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이야기 시작을 알리는 노래를 부른 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운영, 56세부터 74세 여성이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할머니’다. 2009년 시작해 현재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전국에서 활동하며 인기가 높다.
“그동안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정말 컸어요. 제 이야기에 빠져드는 사랑스럽고 빛나는 눈을 보며 참 행복했고요. 특히 산만하고 경계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며 제 이야기에 집중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책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거라 다 외워야 하는 부담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교안 전체를 다 녹음해서 외우느라 힘들었어요. 하지만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이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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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머니 공혜리씨가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
“이야기의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의 정서를 만져주는 일이에요.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콘텐츠들이 폭력적이라 안타깝습니다. 전래동화와 선현 미담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지만, 재치와 지혜가 가득하고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해요.”
유치원 특별활동 중 ‘이야기할머니’가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을 때, 스승의 날 삐뚤삐뚤한 글씨로 써준 아이들의 종이꽃 편지를 받았을 때, 길에서 만난 아이가 안기면서 자신의 엄마에게 “우리 이야기할머니야”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때 등 감동과 보람을 느낀 일은 너무나 많았다.
이야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도 이야기할머니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