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선행이 나비효과 돼 주변의 관심 늘어났으면”
2025년 01월 14일(화) 19:30
기부·봉사활동으로 사랑 전하는 서해해양특수구조대 권재준 경위
18년간 백혈병 환아 후원·헌혈증 전달…신체 전부 기증 약속
LG의인상·발명대회·해양경찰 수기 공모 상금 등 잇단 기부도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헤엄쳐 승객들을 구조하고, 더 많은 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 흘렸던 그날의 이야기.

최근 ‘해양경찰 고마워요! 부탁해요!’ 수기 공모전에서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서해해양특수구조대(목포) 권재준(45·사진) 경위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을 출품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10여 년 전 세월호 사고 당시 가라앉고 있던 배에서 사람들을 구조한 경험과 해양경찰 구조 대원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함께 담았다. 권 경위는 공모전 상금 전액으로 복지재단에 물품을 기부했다.

권 경위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LG의인상’ 상금 2000만 원을 백혈병 협회와 투병 중인 동료 자녀를 위해 기부했다. 또 2022년 갯벌 구조용 다용도 보드를 발명해 받은 상금 500만 원으로 순직한 해양경찰 가족들을 돕는 등 헌혈증 기부, 정기 후원, 봉사활동 등 꾸준한 선행을 펼쳐왔다.

권 경위는 지난 2021년 LG의인상 상금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가족들과 함께 기부했다. <권재준씨 제공>
“헌혈을 한 번 할 때마다 오늘도 백혈병 아이에게 소중한 생명을 전달했다는 기쁨이 큽니다. 환아들과 소외된 아이들이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힘이 될 것 같았어요.”

최근 전주에서 백혈구 헌혈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직접 병원을 찾은 권 경위는 3시간 이상 걸리는 채혈로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살렸다. 그는 고등학생 때 TV에서 백혈병 환아들이 힘들게 투병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지하철역 앞에서 헌혈을 시작해 28년간 헌혈증 400여 장을 기부했다. 18년 전부터 소아암 백혈병 환아를 위한 정기후원과 세 자녀들 이름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10여 명의 아이를 후원하는 그는 2021년 ‘한국백혈병협회 홍보대사’로 선정돼 심폐소생술 교육과 혈소판 수혈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또 2020년 어린이날 어린이 복지유공자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영웅해양경찰 수상 상금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한 권 경위와 가족들.<권재준씨 제공>
해군 특수작전부대 UDT에서 수영, 잠수, 구조활동을 배웠던 그는 주특기를 살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해양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2010년 해양경찰로 입직한 권 경위는 경비함정, 특공대 등 최일선 현장에서 15년간 베테랑 구조대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는 힘든 현장을 다니면서도 주 1회 이상 교대 근무 후 비번 날에 복지센터 환경 정리, 도시락 배달하며 어르신들에게 노래 들려주기 등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봉사 활동을 하면 구조 현장에서 생긴 트라우마가 치유되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좋은 일을 하면 편찮으셨던 아버지의 건강이 돌아올 것 같은 기대감에 헌혈과 기부활동을 더 많이 했어요.”

2016년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7년 간 간호했던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누군가를 돕는 일에 시간을 더 쏟고 있다. 어릴 적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밥을 못 먹고 다닌 적도 많을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자랐기 때문에 힘든 이들을 돕고 싶었고, 돈이 모일 때마다 기부를 했다.

구조활동하며 어깨·팔목·무릎 인대 부상 등으로 수술만 3번을 받을 만큼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그는 더 위험한 순간이 올 경우 마지막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 사고 시 장기기증, 인체 조직기증 등 자신의 신체 전부를 기증하기로 등록했다.

“백혈병 아이들과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나비효과가 돼 주변 분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1%라도 변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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