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인생- 박두석 전 민족통일목포시협의회장
2025년 01월 30일(목) 21:00
새삼스럽게 내 나이를 다시 한번 읊조려본다. 1930년생 생각해보면 어느새 96세를 맞이하여 어떻게 살아왔을까?

옛 성현의 말씀에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인생을 일흔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부터 드문 일이다)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하였거늘 망구(望九)를 지나 100세에 이르렀으니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무색할 지경이다.

인간 오복(五福)에 첫 번째가 ‘일왈수’(一曰壽·장수하는것)라고 하였는데, 혹여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참척(慘慽·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라도 오면 그 비통함을 누가 막을 수 있으리오, 이런 비통함이 있기 전에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 내 인생을 돌아보면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남는 건 후회와 미련뿐이다.

나무도 고목이 되면 놀러 왔던 새도 아니 오고, 물도 건수가 되면 놀던 물고기도 아니오는데. 노년의 내 삶이 이러한 것 같아 서글픔만 느껴진다.

‘만뢰구적’(밤이 깊어 모든 소리가 그치고 아주 고요함)을 느끼는 시간이 많다. 오늘 우리 세대는 풍요를 노래하건만 누가 이 풍요를 가져다 주었는가? 옛날 우리는 자식들을 나보다는 더 잘살게 하고자 논·밭 팔아 공부시켰고, 나보다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컸건만, 이제는 노년이 되어보니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이 백안시, 사갈시, 경원시하는 풍조가 되어 안타깝다. 현재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는 뉴스를 접하니 노인을 위한 정책을 더 신경 써주라는 주문도 부끄럽고, 주책스럽다.

누구나 겪을 노년의 삶. 그 삶이 막막하거나 서글픔이 아닌 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묵묵히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이 풍요의 시대를 이루는데 우리도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떳떳이 말하고 싶다.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알고 지냈던 친우, 이웃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나이가 되어 병으로든 어떤 사유로든 인생의 종착점에 이르러 생의 마감을 했다. 다시 볼 수 없음에 마음이 서글프고 하나둘 내 곁을 떠나고 있음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나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현재에 이르렀다.

아내를 3년 전 먼저 보내고 한참을 너무 힘들어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여 아이들을 놀라게 하였고, 소소히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아 가면서 생활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요양원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됨을 더없이 축복으로 생각한다.

일요일마다 주일 예배를 보러 간다. 나의 삶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 내 앞에서 자식들이 참척이 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한다. 그리고 내 삶을 정리하는 기도를 한다. 잠자듯 죽음을 맞이하게 해달라는….

세월의 빠름은 자기 나이에 비유한다고 하니 난 하루를 시속 96㎞로 살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하루가 지나가고 한 달이 지나가고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보내고자 내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면서 산다. 음식은 소식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걷기 운동을 1시간 정도 하는 등 내 몸을 지켜서 자식들에게 덜 부담이 되고자 노력한다.

나름대로 나는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도 자부하고 찾아주는 이에게도 자랑을 하지만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고독함과 적막함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4남 1녀의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안부 전화를 주고, 막내딸이 가까이 살기에 의지가 되고 있다. 또한 철 때면 제철 음식을 보내주는 등 내 안부와 건강을 챙겨주니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느끼면서 조용히 삶을 정리하면서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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