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 명절이다. 설 준비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부산하다. 물가가 너무 올라 못살겠다는 한숨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구제역이니 조류독감 때문에 고향으로 가는 길목에는 방역 세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복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라며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설 명절에 우리는 얼마나 건강을 챙기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음식을 차릴 수 있을까?

구제역과 조류독감까지 겹쳐 육고기를 먹는 것도 겁나지만, 값이 너무나 올라 사먹기조차 힘들다. 주부들은 육고기는 조금 적게 사고 대신 생선과 떡, 과일로 대치하는 실정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조금 더 싸고, 좀 더 편한 곳으로 가서 설 준비를 한다. 바로 그곳이 대형마트이다. 북적이는 인파 때문에 원산지 표시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쇼핑카트에 이것저것을 담는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음식’보다는 ‘독약 같은 음식’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호주 등 멀고 먼 이역만리에서 배를 타고 운반돼 온 먹을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푸드마일(농산물 등 식료품이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이 길면 길수록 그 식품의 안전성은 믿을 수가 없다. 푸드마일이 중요한 것은 이동거리를 최소화하여 자국과 인근지역의 농업을 지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생산뿐 아니라 수송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Eating Oil’ 문제 때문이다. ‘당신은 석유를 먹고 있다’는 경구를 앞세운 ‘Eating Oil’은 일차적으로 해외에서 수입된, 소비자의 감독 밖에 있는 농산물엔 엄청난 화학비료가 포함됐음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신토불이에 해당하는 ‘Local Food(지역 먹거리)’는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기농 직거래운동이 해답이다.

석유고갈과 함께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안은 바로 ‘유기농’과 ‘직거래’이다. 농약을 친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말하는 위선은 그만두어야 한다.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도시민들에게 호소하려면 우선 농업 자체가 생명살림과 생태순환의 유기농이어야 한다. 또 우리가 먹는 식품만큼은 생산지의 농민과 교류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얼굴 없는 식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직거래’로 ‘얼굴 있는 식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자신의 몸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과 유기농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버리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 당장 계산기를 갖다 놓고 계산해 보라. 아니 그런 숫자 계산보다 오늘 밥상을 약으로 뒤범벅된 식품을 먹을 것인지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인지 판단해보자.

설날을 맞아 우리가 진정으로 복 받고 건강한 한해를 기원한다면, 무심코 대형마트로 몰려가는 나쁜 소비를 버리고, 지금 당장 유기농매장을 찾아 장을 보고,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자. 우리의 건강과 고향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먹을거리, 유기농 먹을거리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명절을 맞이하자.

/박필순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