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무 차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을 가던 길의 에피소드다. 운행도 하기 전, 어떤 승객이 기사님을 향해 “너무 추워요, 히터 좀 틀어주세요”라고 한마디 했다. 평소 겨울이면 어김없이 내복을 입던 나로서는 ‘마치 좋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다른 사람들은 추운가 보다’라고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바뀌었다. 다들 쾌적(?)의 상태를 느꼈던지 옷들을 하나씩 벗었고, 심지어 짧은 반팔 옷을 입은 채 잠이 든 사람도 있었다. 이에 반해 ‘마치 좋았던’ 입장의 사람들은 불편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복만 입어야 하는 시점까지 도달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춥고 더움의 차이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그날의 버스 안 풍경은 요즘의 에너지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씁쓸함을 남겼다.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기록했다. 100달러선을 넘어선 이후 불과 3일 만이고, 2008년 9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원유공급 기준은 두바이유 기준이며, 물가 또한 이를 보고 결정한다. 당분간 상승 기세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이는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사태와 북반부의 폭설로 인한 에너지 사용 상승 등이 원유국으로 하여금 값을 올리는 배짱을 유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3차 오일쇼크의 현실화를 감지했고 220달러까지 전망하는 보고서도 발표하였다.

정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며,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신 정유업계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물가대책으로 정부의 압력에 마지못해 가격을 쥐꼬리만큼 내렸는데 이번 기회에 만회를 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단지 시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불안한 것은 서민들이다. 그나마 추위가 한풀 꺾였지만, 계절이 바뀌는 이런 시기에 감기를 비롯한 환절기 질병이 자주 발생한다. 에너지야 줄인다지만 먹고 살아야하는 현실에서 물가는 어떤가? 죽지 못해 산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습윤지대에서는 폭우 가능성이 높아지고, 건조지대의 강수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점점 확대되는 반면, 동남아시아 몬순기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의미의 보고서 일부다. 2010년 가을 영국에서는 물난리를 겪는 동안 중국 남동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은 엄청난 폭설로 인한 피해를 겪어야 했다.

북아프리카 사태가 원유가 및 물가의 상승을 유발하였다고 답을 못 내는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지 말자. 우리 스스로 찾아야한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응, 적응 방법은 내복을 아직은 벗지 말자는 것이다. 매년 11월은 에너지 절약의 달이다. 또 하나의 달을 추천하면 3월이다. 3월까지는 낭비보다는 줄여야하는 계절임에 분명하다. 더 쓸래야 쓸 것도 없지만 줄여보자.

/김광훈 광주시그린스타트네트워크 자전거실천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