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광주에서 제대로 된 대안학교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광주가 도시고 광주 안에서 하고자 했으니 말 그대로 도시형 대안학교다. 하지만 기숙형은 싫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부모와의 일상적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 갖춘 형태도 싫었다. 학교 세울 비용도 없거니와 학교 시설과 공간은 최소화하고 대신에 광주를 학교로 이용하는 게 진정한 교육일 듯 싶었다. 광주는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사회 자원이 다 있고 잘 활용하면 될 일이지 많은 비용을 들여서 학교라는 공간 안에 또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교육 고민으로 시작한 일은 일회성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서 정기 문화예술교육, 문화 행사 기획, 마을 만들기 진행, 지역교육네트워크 구축 운영까지, 일반 학교를 지나 자연스럽게 문화자원으로, 마을로, 도시로 확장해 갔다. 그래서였을까? 5년이 지난 지금, 아직 도시형 대안학교를 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문제는 이제 크게 중요치 않다.

광주는 이전엔 알지 못한 소중한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월봉서원이 그랬고 의재 유적지가 그랬다. 무등시장이 그랬고, 화정동이 그랬다. 그것들의 새로운 이야기나 지식, 정보도 얻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통해서 ‘광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설렘과 경계, 오해와 화해, 즐거움과 기대, 상처와 치유 등 경험하는 모든 것이 개인을 성장하고 성숙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에 힘입어서일까? 최근 관심거리는 광주의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은 것으로 흘러 간다. 과거 있었는데 없어졌다거나 일종의 광주 정신, 광주학 같은 것들에 관심이 간다.

임동, 유동 지명의 유래인 유림숲의 장관이 궁금하고, 금남로 확장공사 때 잘려나간 400년 된 왕버드나무가 보고 싶다. 없어지지만 않았다면 도심에 쉼과 활력을 넣어줬을 경양방죽도 나누고 싶고, 비린내 나는 남광주역사도 그립다. 뽕뽕다리도 다시 건너고 싶고, 도로로 덮기 이전 광주를 흐르던 작은 천들도 건너고 싶다. 조선시대 소쇄원을 중심으로 부흥했던 계산풍류도 누려보고 싶고, 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에서 마을 교과서를 교재로 광주학 수업이 진행되는 꿈을 꿔본다.

최근 몇 년 사이 시에서도 광주 관광산업에 힘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나 볼 수 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볼 수 없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황홀하겠는가?

광주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물들이 많다. 서울에 가도, 전세계 어느 곳을 가도 그 맛을 알 수 없는 보물들이다. 부디 다들 광주 보물들을 많이 발견하고 잘 닦아서 서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시훈 교육문화공동체 ‘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