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학원생에 대한 항소심 국선변호를 맡게 됐다. 피고인은 모두 4명이었는데, 나머지 3명은 교수들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교수들이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를 토대로 대학재단의 비리를 고발했고, 재단 측에서는 이 교수들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에서는 일부 무죄, 일부 유죄가 선고됐고, 검사는 무죄부분을 항소하고 피고인들은 유죄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기록을 검토해보니 교수들은 해임·파면·재임용탈락·정직 등 처분을 받고 이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다시 구제를 받으면 재단 측에서는 다시 불이익처분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측은 교수들을 상대로 이 사건 형사고소를 했고, 1심 유죄판결을 이유로 파면처분을 했다. 현재 파면처분에 대하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처음 피고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기나긴 법정싸움에 대한 피로감으로 다들 지쳐 있었다.

대다수 사람은 한 건의 소송만 있어도 소송 기간 중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수차례 소송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항소심에서 피고인 측 증인에 대한 법정 증언이 이어졌고, 수회에 걸친 공판기일 동안 심도 있는 심리가 이뤄졌다. 피고인들은 학원정상화,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위해서 올바른 일이라고 한 행동 때문에 그동안 재단 측의 끈질긴 불이익처분으로 매우 힘든 날들을 보냈다.

또 수년간 이어온 소송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는 취지의 심금을 울리는 최종진술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내 아들이 이 사건 시작할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당시 아들이 나에게 아버지 참 좋은 일을 해서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 아들이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이제는 나에게 ‘아버지 왜 그런 일을 하셨어요’라고 말합니다”라고 최후 진술을 마쳤다.

6개월간의 기나긴 변론이 종결됐다. 마지막 진술을 듣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법정에서 참느라 힘이 들었다.

우리 자녀와 다음 세대에 어떠한 미래를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최후 진술이었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날이 됐다. 재판장은 원심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선고 당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동안 학원과 교수 및 학생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이 사건 기록에는 피고인들의 대학과 학생을 위한 열정이 담겨져 있었다.

이 판결이 올바른 일을 위해서 자신을 아끼지 않으신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종표 광주지방변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