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관심을 잠깐 접어두고 무등산으로 삼림목욕(森林沐浴)을 하러 갑니다. 땀 흘리면서 고행하러 멀리 가고 싶어도 이제는 무릎이 받쳐주질 않으니 엎드리면 코가 닿는 그곳으로 갑니다. 왕복 2400원만 내고 시내버스만 타면 해결되는 나의 애인인 무등산으로 갑니다. 그렇다면, 그런 곳이 무등산 어디에 있습니까?

절기(節氣)가 해마다 대서(大暑)를 지나 말복(末伏)으로 향하면 전국 방방곡곡 유명한 피서지는 만원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산을 찾은 사람들은 아름드리 나무숲을 거닐었기 때문에 산행한 다음날은 몸이 가볍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든 산행을 통해 생활의 활력소가 생긴 것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숲들이 무상으로 준 선물인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참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천연의 살균성항균 물질 덕분입니다. 그래서 수술을 받았다던가, 피부질환인 아토피염으로 고생하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해수욕이나 강수욕보다는 삼림목욕장을 찾아갑니다.

호남지방에 있는 산림목욕장 세 군데를 소개합니다. 처음은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나무휴양림입니다. 그곳은 한국의 조림왕 임종국(1915∼1987) 선생이 30년간의 노력과 의지로 심고 가꾸신 수고덕뿐에 많은 사람이 치유의 도움을 받는 곳입니다. 편백나무 숲 속을 거닐면서 그분들께 고마움을 아로새기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요즘 부쩍 인기가 치솟는 곳, 전남 장흥군 억불산에 생긴 ‘누드삼림욕장’입니다. ‘누드(nude: 벌거벗은)’라는 말에 혹시나 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장흥하면 농·축산물이 풍부하고 바다가 가까워 먹을거리가 일등인 곳입니다. 억불산 계곡에 있는 삼림욕장은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목욕을 하면 심폐기능 활성에 큰 도움이 되고, 가족이 화합하는 장소로 안성맞춤입니다.

세 번째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제 1수원지 계곡으로 안내합니다. 제일 먼저 증심사행 시내버스를 탑니다. 증심사 종점에서 내립니다. 내린 자리에서 증심사 쪽을 향하여 왼쪽 10시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탱자나무와 철조망이 얽힌 울타리로 싸인 늙은 기와집 한 채가 보입니다. 그 집 위쪽에 바로 1수원지 방둑이 있습니다. 대문은 항시 굳게 잠겨있습니다. 아니면 버스 종점에서 내려 곧바로 5분쯤 증심사쪽으로 올라가다가 무등산관리사무실 왼쪽 산비탈을 3분 정도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발 아래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지가 만세나 하듯 쭉쭉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등야구장만 합니다.

갈 때는 먹을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해서(고기 굽는 행위는 절대금지) 가야합니다. 원래 일제시대 때 궁동, 장동에 살던 일본인의 식수원이었습니다. 그때 심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80살이나 돼 계곡을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개가 무등산하면 세인봉, 중봉, 입석대, 서석대는 잘 알아도 1수원지계곡 같은 비경(秘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내 가까이에 있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지. 그 이름도 아름다운 제1수원지계곡 삼림목욕장! 엎드리면 뒤통수 닿는 곳입니다. 사람 손이 한 뼘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 두고 ‘대대손손 요산요수(代代孫孫 樂山樂水)’할 수 있는 곳이 되게끔 일초라도 빨리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대인의 질병인 스트레스의 치유성분 피톤치드를 공짜로 가슴이 터지게 마실 수 있는 그래서 자연산삼림욕장(自然産森林欲場)이 꼭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말복 날은 보신탕보다는 내자와 함께 무등산의 명소 ‘제1수원지계곡자연산삼림목욕장’에 가렵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문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나니.

〈박병재 무등산사랑청소년환경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