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여지없이 여름캠프 안내장은 누더기가 되었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환경체험활동 참가가 가능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의 모든 환경프로그램에 참가해왔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여는 자연나들이, 여름이나 겨울방학에 개최하는 2박3일 캠프 형태의 여름, 겨울 자연학교. 그 밖의 현장체험 성격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참여한다.

현장학습을 섭렵해서 웬만한 내용은 시작이 어떻고 끝이 어떻고 꿰뚫고 있을 것 같은데도 매번 프로그램 안내장을 받을 때마다, 보고 또보고 외우다시피 해 안내장 종이를 누더기로 만들어 놓곤 한다.

만물박사는 저리 가라며 자연과학에 도통해 있는 딸아이마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의 마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번 여름캠프의 제목은 ‘시계 밖에서 놀자’이다.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일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시각에 맞춰 지내보자는 것. 자연의 시간에 생활을 맞추다 보니 해가 뜨고 지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대나무집 짓기, 직접 만든 뗏목으로 강 건너기, 군불 때기.

아이들이 가장 공을 들인 대나무집은 직접 자신들의 이름으로 문패를 달고, 신발장이며 외계인과 교신할 대나무 안테나며 댓잎 벽장식을 꾸미게 되어, 목수가 되었다가 예술가가 되었다가 천문학자가 된다. 비닐 벽 대나무집은 비가 오면 처마밑이 되고, 낮 시간엔 기후온난화 체험장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관심 밖이었던 양파껍질은 흰색 천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다가 붉게도 만드는 마술 물감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해가 넘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밤하늘의 별에도 눈길을 돌린다.

그것뿐이 아니다. 귀갓길 아이들 두 손엔 2박3일간의 여정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오이나 가지, 유정란 같은 먹을거리가 한아름 들려있기도 하고, 마을 근처 둠벙을 반나절은 헤집고 다녔을 흔적이 물병을 반이나 채운 다슬기를 통해 확인되기도 한다. 뭔가가 뒤죽박죽이 돼 외형은 그럴듯함에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슬픈 가오리연이나 흙으로 빚은 토끼나 오리가 아이들 품에 안겨있기도 한다.

체험활동 경험이 한편으론 아이들에게 하루 온종일, 혹은 2박 3일 내내 들로 산으로 강으로 뛰어놀고 온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딸아이의 경우도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기억에 남느냐 물어보면 누구누구랑 귀신이야기 했던 것이 제일이었다는 등 전혀 엉뚱한 추억거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우리 단체가 이번 여름 캠프를 마련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교육 목적은 ‘자연과 따뜻한 관계 맺기’였다. 이를 위해 옛날부터 자연으로부터 받아왔던 의·식·주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저절로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활동, 특히 환경체험학습은 지식 쌓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자연과 나,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를 느끼게 하는 것이 교육목표이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배우기도, 예절을 배우기도 한다. 자연을 존중하면 절로 환경운동이 된다. 존중하는 마음이 생활습관으로 정착된다면 우리가 캠프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환경교육은 확실히 성공한 것이 될 것이다.

〈박미경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