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검사실에서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조사받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 조사받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사실대로 말하는 사람…. 이중 필자의 머리에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것은 아버지가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 사건은 이랬다. 아들이 중학생인데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 친구들과 어울려서 세 번에 걸쳐 오토바이를 훔쳤다는 것이다.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학생과 부모를 불러 반성문을 쓰게 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 학생은 세 차례 훔쳤는데 경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아 사건기록이 이미 두 건이 됐다. 그 아들에 대한 사건 중 한 건은 이미 다른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두 번째 기록이 우리 검사실로 배당된 것이다.

기록을 검토해 보니 초범이 아니므로 선도유예처분을 생각하고 그 학생과 아버지를 검사실로 불러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 통상 학생과 같이 오는 부모는 검사실에서 조용히 있는 편인데, 그 아버지는 검사실에 들어오자마자 방(검사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큰 목소리로 따지고 있었다.

필자는 아버지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기소유예 받은 사건과 내 방에 있는 사건이 하루 차이로 경찰에서 한번 조사를 받아 끝낼 수 있었는데, 두 번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더 엄하게 처벌받을 것 같아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학생을 검사실 밖으로 나가라고 한 뒤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잘못했으면 반성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왜 억울하다고 하느냐?”라고 묻자, 그 아버지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던 사람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니 매우 당혹스러웠다. 필자가 이유를 묻자, 아버지는 “전과 때문에 아이의 장래가 걱정스럽다”고 말한 뒤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 아버지의 눈물을 보니 그 아이는 아버지의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범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소년범은 모두 13만4053명에 달한다.

소년범 대부분은 결손가정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중심을 잡고 교육을 하면 비뚤어지지 않겠지만, 결손가정에서는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없으니 나이 어린 소년이 범죄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그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그 아이에게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라”라고 말한 뒤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또 다른 학생이 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새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중생인데, 이 학생은 새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해 잦은 가출을 했고, 결국 본드를 흡입하다 구속됐다.

그런데 이 여중생을 돌봐주는 사람은 “아빠”라고 지칭하는 목사였다. 이 목사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그런 아이들 중 개선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상대로 자비를 들여 돌봐주고 있었다. 이 목사는 수차례 찾아와 아이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필자도 그 열정에 감복해 필요한 법률적 조언을 해 주었다.

필자나 눈물을 흘린 아버지나 목사는 소년범들이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검사의 역할 때문인 지 검사실에 오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많이 혼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검사는 소년범을 한번 정도 면담하고 주의를 주는 것으로 소년범을 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부모가 중심이 돼 애정과 사랑으로 소년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항상 우리 방에 오는 소년범들에게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말한다. 부모의 관심이 소년범의 양산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사는 그러한 부모의 관심을 지원해 소년범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철 광주지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