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평소 마음이 맞는 판사님들과 함께 법원 근처의 극장을 찾아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우리나라의 만화영화를 관람하였다.

양계장에 갇혀 있던 암탉 ‘잎싹’이 기지를 발휘하여 양계장을 탈출해 늘 꿈꿔오던 넓은 들판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용감하고 잘생긴 청둥오리 ‘나그네’는 굶주린 족제비로부터 들판의 청둥오리 무리를 보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짝 ‘뽀얀 오리’와의 사이에 곧 새 생명이 될 알이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뽀얀 오리’와 ‘나그네’가 연이어 족제비의 희생양이 된다. 이를 본 ‘입싹’은 그들이 남기고 간 알을 마치 자신의 알인 것처럼 정성껏 품어준다.

얼마 뒤 마치 ‘나그네’가 환생한 것처럼 그 알에서 귀여운 새 생명이 태어난다. ‘입싹’은 청둥오리 새끼에게 ‘초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초록이’는 ‘입싹’을 어머니로 알고 따르며 밝게 자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초록이’는 어머니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기 시작하고, ‘입싹’과 함께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입싹’이 ‘초록이’를 생명의 위기에서 구해주자 ‘초록이’는 ‘입싹’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그네’의 뒤를 이어 청둥오리 무리를 보호하는 늠름한 파수꾼으로 훌륭하게 성장한다(‘초록이’가 청둥오리들 사이에 그 해의 파수꾼을 선발하는 대회에 출전하여 예상을 뒤엎고 우승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초록이’는 파수꾼으로서 청둥오리 무리를 이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난다.

암탉인 ‘입싹’이 청둥오리 ‘초록이’를 키우는 것을 보며 ‘다문화 가정’(서로 다른 국적, 인종,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이룬 가정이나 그런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2020년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5분의 1이 다문화가정 출신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초록이’처럼 우리 사회의 늠름한 파수꾼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례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회는 이미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였고, 최근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 한국어 방문 교육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외국어로 작성된 소송절차 안내서를 비치하고 있다. 또 가사재판에 있어 통역 지원관 배치를 늘려가고 있으며, 다문화가정 지원단체에 대한 법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이해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에서 무의식적인 편견까지 사라질 때 우리 사회의 ‘초록이’들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구김 없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입싹’이 친구들로부터 놀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초록이’에게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거야! 그게 바로 사랑이야.”



〈광주지방법원 강효인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