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외나무다리 위의 두 염소’라는 이야기가 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염소가 양보하지 않고 싸우다가 모두 외나무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물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양보와 자기희생은 공동의 선이기에 두 염소 우화와 같이 어느 정도 개인에게 강요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 사이의 분쟁에 있어서는 일방에게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더구나 보이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은 결승점을 향하여 무한 경쟁의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간혹 자신에게 법적 책임이 있음에도 감정을 앞세워 ‘법대로 하라’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상대방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법적 절차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소송을 통하여 이익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합리적 이유없이 상대방이 법적 절차를 취할 때까지 이행을 거부한다. 그러다가 재판부가 합의를 권유하면 그때 못이기는 척 합의안을 받아들인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얄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상대방에게 양보를 권유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소송제기나 고소 이전에 서로 협의를 하거나 제3자를 내세워 분쟁을 해결하려다가 결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사법기관에 판단을 구한다.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도 이와 같은 협의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필자는 의뢰인에게 소송제기 이전에 다시 한 번 협의하기를 부탁한다. 특히 분쟁이 증오·자존심 등 감정적 요인에 기인하거나, 소송을 통하여 얻을 이익이 적거나 소송을 하더라도 같은 결과에 이를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적극 협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도록 권유한다. 당사자들이 이와 같은 협의에 임할 때에는 양보가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하나도 잃지 않으려는 자세로는 협의할 수 없고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다.

필자가 수임한 사건 중에는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사소한 일 때문에 싸워 결국은 한쪽이 물리력을 행사하여 피해자가 상대방을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결국, 한 사람은 처벌을 받았고, 서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민사소송에 임하였다. 이들은 다툼이 있는 동안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면서도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 등 불편한 생활을 하였다.

필자는 수임 당시뿐만 아니라 재판 도중에도 의뢰인에게 화해할 것을 권유하였고, 재판부 역시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권유하였다. 결국, 당사자들은 다투는 시간만큼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재판 도중 화해를 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판을 통해서라도 화해를 하였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화해를 하지 않았다면 법정과 법정 밖에서의 그들의 다툼은 계속되었을 것이고 분쟁이 확대되어 서로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쟁이 확대되는 만큼 화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다.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염소가 다리 중간에 이르렀을 때에는 되돌아가기가 어렵듯이 분쟁이 확대되면 화해를 위해서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이 돈이든, 감정이든!

〈진용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