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쾌락에 쉽게 빠져든다. 그들은 버릇없이 굴고 종종 기득권에 도전한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부모에게 대들고 선생님을 괴롭힌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또한 청소년들의 행동으로 인해 곤혹스러워 했던 기성세대였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그 혼란의 시기를 거쳐 왔음에도 수천 년 전부터 기성세대들에게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며, 어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는 점에 공감하며 웃게 되는 글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항하며 거칠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아이를 볼 때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어느 순간 두려워지기도 한다.

소년보호법정이나 형사법정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그렇다. 재판을 통해 만나게 되는 그들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소한 동기로 무모하게 행동하고 그로 인해 마주치게 된 엄청난 결과에 어찌할 바 몰라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신경과학분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듯 기성세대를 당혹스럽게 하고 그들 또한 혼란스러워 하는 10대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그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청소년기에는 우리 뇌의 총사령관으로서 정서적 충동을 조절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여 계획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새롭게 리모델링되는 과정을 겪으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반면 공포와 분노 등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는 호르몬의 변화로 과도한 자극을 받아 매우 활성화된다. 마치 ‘최신형 스포츠카의 엔진을 가졌으나 말을 잘 듣지 않는 브레이크를 장착한 자동차’와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은 대부분 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활성화된 편도체의 활동을 미숙한 총사령관이 제어하지 못하는 발달과정상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에게 미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 우리들이 청소년기의 뇌의 변화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뇌의 영역별 발달은 정해진 시간대에 일어나며 그 시기에 뇌의 신경망이 연결되지 않으면 관련 뇌세포가 쇠퇴하고 만다’는 점이다. 청소년기에 그들의 뇌 속에 정서적 충동을 조절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며 계획할 수 있는 신경회로를 발달시켜놓지 않으면, 즉 리모델링 과정에 있는 전두엽이 그 공사를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일삼는 ‘문제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을 한 때의 일로 치부하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방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법은 청소년들의 비행이나 범죄에 대해 일반 형사 절차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절차로 소년보호재판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다. 소년들의 비행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아이들을 둘러싼 제반환경을 면밀히 조사하여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 및 보호자에 대한 상담 및 교육, 위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여러 가지 보호처분을 취하는 절차다.

충동적인 아이들의 행동이 그들의 의지, 심성과 무관한 뇌의 발달과정에 따르는 특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질타하는 대신 공감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아이들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격려하는 것, 그들이 충동을 억제하는 힘을 갖추게 될 때까지 기꺼이 그들의 ‘외부의 뇌’가 돼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소년보호재판이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정숙 광주지법 민사5부 부장판사〉